우리들의 노부 아저씨를 추억하며
원래 일본에서 다니던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영국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은 시차 때문에 영국 시간으로 아침 시간에 연락을 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새벽 3시쯤에 상사로부터 톡이 와있었다.
무슨 급한 일인가 해서 새벽에 일어나서 확인을 했는데,
입사했을 적 팀에 리더로 계셨던 상사분이 2달간 병상에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다.
나에게는 아빠처럼 잘해주시던 노부 아저씨..
영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셨던 아저씨는
내가 영국으로 가게 된걸 본인일 처럼 진심으로 기뻐해 주시며
영국으로 오기 직전까지도 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던 따뜻한 분이라 며칠 동안 슬픔에 잠겨 있었다.
2018년 연말, 나의 직속 상사가 돌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나 홀로 그 직속 상사가 남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입사한 지 1년 차, 아직 뭐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를 홀로 처리하다 보니
한 두 달 정도 매일 마지막 열차를 타고 집에 가는 일이 흔했다.
돌아가신 노부 아저씨는 원래 프로그래머로,
야근이 잦으셨는데 그 당시 나와 같은 시간대까지 남아 계신 경우가 많았다.
한 번은 늦은 시각 야근을 마치고 노부 아저씨와 집에 같이 돌아가는데
중압감이 크게 몰려와 엉엉 울어버린 적이 있다.
아저씨는 당황하지 않으시고
내가 무얼 해주면 네가 더 편해질까
라고 하셨다.
나는 말씀만으로 고맙다고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가
그다음 날 출근을 했는데, 아저씨가 아침에 일찍부터 다른 높으신 분들과 이야기를 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사내 시스템은 아저씨를 향한 감사문구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야근할 때 항상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업무를 도맡아 해 주셔서 항상 든든했습니다"
전 부서, 전 직원들로부터의 메시지였다.
그때서야 알았다 그분의 그 따스함이
나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향해 있었던 것을
매일 밤 10시, 11시가 넘어서 퇴근하시던 노부 아저씨
술을 좋아해 금요일 회사 파티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술을 드시고는
사무실로 다시 돌아와 야근하는 직원들을 챙기시고
주말도 도움이 필요한 사원이 있으면 예외 없이 출근하셔서 챙겨주셨었다.
그러다 본인의 건강을 못 챙기신 건지,
점점 건강이 악화되어 40대 후반 젊은 나이에 병상 신세를 지게 되었고
복귀를 하여 다시 업무를 보다가 또다시 병상 신세를 지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었다.
아저씨의 따뜻함으로 몇십 명의 사원들이 행복해했었으나,
결과 적으로는 그 몇십 명의 행복과 아저씨의 생을 바꿔치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어린 두 명의 아들 딸, 아내 분께 죄스럽다.
희생의 아이콘이던 노부 아저씨의 죽음으로 인해,
생각이 많아지는 나날이다.
그래도 다시 아저씨를 만난다면, 그렇게 무리하지 마시라고,
우리들은 다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노부 아저씨..
그 따뜻함을 기억할게요
さよな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