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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탕 Nov 30. 2022

2년 만의 한국 방문, 내 안의 변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해외에 살다 보면, 재외교포 2세들이나 한국인 혼혈인을 보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살다가 몇 번이나 정체성의 혼란(Identity Crisis)을 겪는다.

한국에서도 현지에서도 완벽히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는 오리지널 찐 한국인으로, 해외에 오래 살긴 했지만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영국에 온 이후로 나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더욱 진해진 채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10년 정도 보지 않았던 한국 드라마들을 영국에서 와서 보기 시작했고, 케이팝도 듣고 한국 작가가 쓴 소설도 일부러 찾아 읽거나 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나 나름대로 잘 지켜 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낯설지?

2년 만의 한국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있는 풍경을 제외하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지만

마치 외국에 나와있는 듯한  낯선 기분이었다.

갑자기 나와 겉모습이 비슷한 사람들에 둘러 쌓인 사실도 신기했고, 고층 아파트들에 둘러싸인 풍경도 신기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시그널이 잡힌다는 사실도...(영국은 아직 지하철에서 전파가 안 터진다)


이런 낯선 기분은 집에 도착해서 극한에 다다랐다.

이사했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의 낯섦.

그래도 내가 10대의 일부를 지냈던 곳인데 이런 기분이 든다니... 가장 익숙했던 곳이 이렇게나 낯설어질 수도 있는가.



제일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건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이 밝은 형광등,

영국에서의 노르스름한 전구에 눈이 익숙해져 버려 한국의 백열 형광등이 너무 밝게 느껴졌다.

그리고 곳곳의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디테일들..

화장실의 벽이 원래 이런색이었나?

샤워기가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엄마! 우리 화장실 리모델링했나?"

"뭔 소리고! 안 했는데?"



모국과 멀어지는 나의 모습에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내가 영국이 참 편해졌구나 하는 마음에 한편으로는 내가 대견해지기도 하는

복잡한 한국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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