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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탕 Nov 11. 2022

죽음에 관하여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죽음은 십 대 때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시다 결국에는 몸이 견디지 못해서 병원에서 입원해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때쯤으로 기억을 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장례식에는 참석을 못하고,

동생과 부모님을 기다리며 큰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길 기다렸다.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신 아빠가 울어서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오자마자 동생과 나를 꼭 안아주셨었다.

아마 슬픔에게 얼굴이 있다면 그때의 아빠의 모습이지 않을까.

이 기억은 아직도 뇌리에 강렬히 남아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고 한 십 년... 죽음은 한참 나에게서 먼 존재처럼 느껴지다가,

일본 대학 유학시절, 친구 한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있었다.

특별히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매주 인사도 하고 소인수 클래스에서 많지 않은 한국인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잘 아는 사이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아이는, 얼굴이 하얗고 예뻐서 조용하지만 주변에서 항상 칭찬을 들었고 공부도 곧 잘해서 선생님들도 이뻐하던 아이로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 아이가 며칠을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다들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될 참에, 살던 원룸에서 목을 메어 생을 마감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경험한 개인의 선택적인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고, 한동안은 타국에서 쓸쓸히 죽었을 그 아이가 생각나서 한동안 많이 우울했었다.


그렇게 10-20대, 죽음은 나와는 멀고도 먼 하지만 슬픈 사건에 불과했는데,

30대에 접어드니 사실은 죽음은 삶과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직장에서 도움을 받았던 상사,

항상 월급날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해 줬던 고마운 사수,

존경하던 고등학교 선생님 등,

일상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어떤 이들은 갑작스럽게, 어떤 이들은 오랜 투병 끝에..

사인은 다양하지만 잃은 사람들이 대한 그리움의 크기는 같다.

남은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까운 이들의 죽음.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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