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전 영국의 아침
포근한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과 중 가장 괴로운 일이다.
15분쯤 이불과 씨름을 하다(이불에 지는 일도 흔히 일어나지만),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워 양치를 하고 물 한잔을 들이켠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침대에 있었던 나는 사라지고 온몸의 세포가 일어나 아침을 맞이한다.
밖을 나서면 여러 풍경을 볼 수 있다.
집집마다 내어놓은 간밤의 쓰레기통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
그리고 잠이 덜 깬 도시를 여우들이 돌아다니는 모습.
동이 트기 전 고요함 속 하나둘씩 켜져 있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른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불빛.
그러고 산책길로 들어서게 되면,
온전한 혼자만의 숲이 펼쳐진다.
그러다가 가끔 의젓한 래브라도 레트리버 한 마리를 데리고 온 아침잠이 없는 이웃 할아버지를 만나 눈인사를 나눈다.
해 뜨길 기다리며 잠깐 벤치에 앉았다가,
아침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평화로운 아침을 보내고 나면, 모든 일에 대해 여유가 생긴다.
여유란 건 이런 것 같다.
바쁜 일과 중에 동료가 부탁을 하면 웃으며 받아줄 수 있는 것,
예기치 못한 일이 들이닥쳤을 때 한번 숨을 고르게 가다듬을 수 있는 정신.
여유가 필요한 나는,
오늘도 동트기 전 산책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