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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탕 Jul 30. 2023

그렇게 집을 나오다

이혼 선언

그렇게 이혼 선언을 하고, 나는 집을 나왔다.


얼굴을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남편을 마주하기 너무 힘들어서.

남편은 내가 나간다는 말에 슬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듯 보였다.

그때의 나는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떤 용기가 솟아 나왔는지, 나는 거의 2년간 나의 집이었던 그곳을 당장이라도 떠날 각오가 되어있었고, 그 길로 짐을 싸서 나왔다.


나는 각오가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 심장은 마치 도둑질이라도 한 것 마냥 두근거렸다.

확신을 가지고 나왔으면서도 이게 맞나 하는 물음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내던졌다.

몸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수가 너무 올라가서 내 애플 워치는 계속 나의 안부를 물었다.




그렇게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짐을 싸매고 매일 아침 걷던 공원 쪽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는데,

뭐 하냐는 친구의 연락이 와, 그대로 폭탄선언을 했다.

 

"나 이혼하려고"


놀란 친구가 바로 걸려온 전화를 했고, 남편과의 일을 얘기하며, 집을 나왔다고 하니 자신의 집으로 나를 불러들였다.

조금은 망설여졌다.

그 친구는 안지 반년정도 된 새로운 인연으로 영국인이었고,

나의 유일한 남자 사람친구로, 결혼까지 해 한국인 와이프와 이듬해 결혼해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 친구였다.

신혼생활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거절했지만, 와이프 되는 분도 나를 설득해 결국 가서 며칠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 집은 나에게 큰 안도감을 줬다.

오자마자 영국인 친구가 김치찌개를 끓여줬는데 한 달간 입맛이 없어 8킬로가 빠진 나에게 정말 고마운 음식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깡 말라 보이는 나를 걱정한 친구는 그곳에서 지내는 며칠간 정말 끊임없이 정성껏 나를 보살펴주었다.


신혼부부의 살림을 보고 있으니,

곧 내가 느낄 거대한 빈자리를 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있을 수는 없었기에 나의 임시 보금자리를 찾기로 하고,

친구의 따뜻한 집을 뒤로한 채 그렇게 어려운 여정을 시작을 하게 되었다.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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