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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Jun 02. 2016

원종현의 컴백을 신고합니다.



2014 가을 155km/h


제작년 가을을 지켜 본 NC팬이라면 익숙한 사진일 것입니다. 팬들의 머릿 속에 각인된 원종현의 모습이죠. 2014 준플레이오프 3차전, 그는 남색의 어웨이 유니폼을 입고 nc의 세 번째 투수로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올라섰습니다. 그 날 그가 던진 최고 구속 155km/h 는 아마 십 년이 흘러도 회자될 정도로 강렬하였습니다.




2014 준플레이오프 3차전 (사진 OSEN)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사진을 검색하였을 때 애석하게도 이 사진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볼 수가 있더군요. 검색 결과 상단에는 살이 빠져서 홀쭉한 그의 얼굴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에 NC는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화려한 가을을 거두고 이듬해 초 미국으로 전지 훈련을 떠났습니다. 원종현은 잦은 현기증으로 건강 검진 차 조기 귀국하였고 검사 결과 대장암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학 발전으로 완치율이 높다고 하나 여전히 우리에게 암이란 공포의 존재입니다. 단어 한 마디에 모두가 놀란 기색이었습니다. 이겨낼 것이라는 팬들의 격려가 잇따랐지만 이는 선수가 골절과 같은 부상을 당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원종현 본인 역시 눈 앞이 캄캄했다고 합니다. 그는 NC로 입단하여 프로 경기에서 공을 던지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이제 막 자리가 잡히는 것 같았는데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을까. 






2015 특별한 외출


빠르게 수술 일자가 잡혔습니다. 수술은 무사히 진행되었고 건강에 차도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꾸준히 전해졌습니다. 그가 열 두 번의 힘겨운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팀은 새 시즌을 시작하였습니다. 봄부터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상승세를 달리던 NC는 더운 여름을 지나 두 번째 포스트 시즌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가을에, 원종현은 특별한 외출을 하였습니다.




2015 플레이오프1차전 시구를 마친 원종현 (사진 경남도민일보)





2015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마산야구장. 뜨거운 가을 볕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불펜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마운드로 뛰어 나왔습니다. 시구자 원종현. 그는 마운드에 서서 모자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사방을 돌며 관중석을 향하여 인사를 하였습니다. 아마도 그런 뜻이었겠죠, 저는 건강하게 회복 중입니다. 살이 많이 빠진 탓에 그가 입은 유니폼이 여유가 많이 남아 어쩐지 갸날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의 시구가 경기를 알리는 종을 울렸습니다. 원종현은 암이라는 공포를 상대로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습니다. 끝까지 상대를 이겨 내려는 그의 힘이 동료 선수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랬습니다.





2016 희망찬 복귀 신고


새 시즌을 맞이하고 2016년 5월 31일. 암을 완벽히 떨쳐낸 그는 마침내 1군 엔트리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날 경기는 리그 1위인 두산과 2위인 우리의 대결. 경기는 후반부까지 1점 차로 팽팽하게 이어졌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자가 어느 쪽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9회 초를 맞이한 NC. 실점하지 않고 두산의 선두 타선을 묶어버릴 카드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NC의 선택은 원종현이었습니다. 그가 글러브를 끼고 불펜의 문을 열고 달려 나옵니다. 작년 가을과는 다르게 훨씬 단단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 그는 주무기였던 직구를 변함없이 뽐내었습니다. 




2016 시즌 복귀를 알린 원종현의 투구 (사진 NC다이노스)





전광판에는 팬들의 눈을 놀라게 하는 숫자가 찍혔습니다. 구속 152km/h. 모두의 가슴 한 켠을 저릿하게 만든 그는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 아웃으로 잡아내고 이닝을 종료하였습니다. 현장에 있는 팬들의 박수 소리도 중계를 담당하는 캐스터의 목소리도 벅찬 감동으로 촉촉하게 물들었습니다. 병마의 공포, 복귀에 대한 두려움을 거뜬히 이겨낸 원종현. 이제는 그가 마운드에서 공포의 강속구를 선보일 일만이 남았습니다. 마산 야구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뜨겁게 환영합니다.










이닝을 끝내고 마운드를 내려올 때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이 모두 나와 그의 강렬한 kkk 를 축하하였습니다. 등 뒤로는 수비를 마친 선수들이 뛰어 들어왔죠. 흰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단 전원이 마치 원종현을 감싸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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