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베이스볼
NC가 위태롭다. 2016 시즌 하반기를 팬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최금강 선발 데뷔전은 어떨까?" 라고 묻자마자 굉장한 천둥 소리가 났다. 화들짝 놀라서 창 밖을 바라 보았다. 함께 커피를 마시던 후배가 내 쪽을 바라보고 말하였다. "오늘 최금강 선발 데뷔 못 하겠는데요." 대화 중에도 우르르 쾅쾅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이내 굵은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햇볕이 쨍쨍하던 하늘은 순식간에 먹구름이 뒤덮혀 어두컴컴하고 말았다. 마치 NC의 상황처럼. 팀 사정으로 선발 투수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급기야 최금강의 선발 등판이 예고되었다. 전년부터 불펜 필승조로 활약하던 그다. 1군에서 선발로 올라온 경험이 없었다. 쏟아지는 소나기에 이틀 연속 경기는 우천 취소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최금강의 등판 일정이 미루어 졌다.
NC의 올 여름은 특히 뜨거웠다. 6월의 출발이 좋았다. 1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19일 kt전까지 내리 이겼다. NC는 15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22연승의 SK, 16연승의 삼성에 이어지는 값진 기록이다. 7월에는 1위 팀과 승수 격차를 2.5게임 차로 바짝 줄였다. 쭉 뻗은 손 끝에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기운. 매일 중계 채널을 켤 때마다 정상을 향한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이런 와중에 별안간 닥친 악재는 나를 패닉에 빠트리고 말았다. 언론사의 취재에 의해 NC의 소속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미 검찰 조사가 끝난 상황이었다. 기사가 나온 당일, 구단 대표 이사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에 힘쓸 것을 다짐하였다. 하지만 팀 이름에 드리운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았다. 다른 의혹이 자꾸 불거져 나왔다. NC팬인 내가 받은 충격은 무어라 말할 길이 없었다. 속상함에 욕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나는 머지않아 팬으로서 나의 포지션을 정했다. NC를 믿는 것. 풍파에서도 팀이 쓰러지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김경문 감독을 믿어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사람들은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일에 곧잘 감정을 이입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잘못을 발견하면 욕설을 서슴치 않았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 말라는 말씀이 때로는 무색하기도 하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선수를 향한 비판을 넘어서 NC라는 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줄지었다. 그저 NC 소속이라는 이유로 여러 선수에게 별 희안한 트집을 걸고 근거없는 소문이 떠도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에 분노하는 팬도 있지만 나는 침묵을 택하기로 했다. 외면하는게 아니다. 이 선택이 팀을 그리고 선수를 믿는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단 이후로 NC가 보여주는 행보는 굉장하다. 프로 진입 첫 해에 9개 팀 중에서 7위를 달성하였다. 이듬 해에는 프로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프로 야구사에 유례없는 역사를 썼다. 프로 3년 차에는 2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의 성과를 거두었고 올해는 한국시리즈 우승 팀으로 거론되고있다. 경험이 미천한 어린 선수들이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던 까닭은 무엇일까?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었다. '믿음의 야구'로 불리는 그의 스타일은 NC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된 것이다.
어수선한 7월을 뒤로 하고 NC의 8월이 시작되었다. 8월 6일, 최금강은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올 시즌 그의 일곱 번째 승리자 선발로서 첫 승이었다. 5.2이닝 동안 3피안타 4탈삼진 무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였다. 투구수는 73개에 불과하였다. 경기 전부터 김경문 감독은 최금강의 투구수를 80개 미만으로 제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가 있다. 그의 확신이 통했다. 조금 더 풀어서, 김경문 감독의 선수를 향한 믿음이 통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나의 믿음, 나를 포함한 팬들의 믿음이 감독에게 통하면 좋겠다. 우리는 어떤 위기에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달빛이 마산 야구장을 계속해서 환하게 비출 수 있도록, 그러니까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