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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Aug 16. 2016

아직도 롯데가 라이벌인가?

닥터베이스볼


한일전만큼 재미난 경기도 없다. 작년 가을에 열린 '프리미어12'의 결승전보다 4강전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도 '한일전'이기 때문이다. 야구 강국임을 자부하는 일본을 상대로 한국은 대회 결승전 티켓을 기필코 따내야만 했다. 허나 일본에게 선취점을 허락한 한국은 경기 말미까지 좀처럼 주도권을 빼앗아 오지 못 하였다. 그러다가 9회 초, 기회를 놓치지 않는 한국은 연거푸 주자가 출루하며 역전에 성공하였다. 불과 한 이닝 만에 벌어진 반전이었다. 이후 마지막 공격에서 일본은 추가 득점하지 못 한 채 패배하고 말았다. 한국은 숙적 일본을 꺾고 기적처럼 결승에 올랐다. 




자고로 라이벌이란 이런 거다. 어느 쪽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울 만큼 팽팽한 대결을 펼쳐야만 한다.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겨룬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과연 롯데는 NC의 라이벌이라는 말이 가당키는 한 걸까?



 



아웃! (사진=NC다이노스)




NC와 롯데의 상대 전적



지난 주 2연전만을 보아도 고개를 절로 흔들 수 밖에 없다. NC의 홈그라운드를 찾은 롯데는 와르르르 무너졌다. 9일, 롯데의 선발 투수인 박세웅은 1회에만 6실점하고 말았다. 이어서 불펜 투수 박시영이 올라왔으나 나성범, 테임즈에게 연속으로 안타와 홈런을 허용하였다. 8회에는 추가 5실점하며 경기 스코어는 0-13(롯데 패)으로 끝났다.




10일 경기에서도 롯데는 NC의 중심 타선을 막지 못 하였다. 연장10회로 이어진 경기에서 나성범의 중전 안타와 테임즈의 끝내기 홈런이 경기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이 경기로 NC는 롯데만을 상대로 10승을 거두었다. 현재까지 올 시즌 NC는 롯데에게 딱 한 번만 패했을 뿐이다. 




반대로 말해, 롯데는 2016시즌에 들어서 NC에게 단 1승만을 거두고 열 번이나 지고 있다. 남은 다섯 경기를 롯데가 다 이기더라도 승차는 월등하게 NC가 앞선다. 휴, 이런 팀을 어딜 봐서 NC의 라이벌이라고 하는 건지......





      



10일 끝내기 홈런을 치고 달리는 테임즈 (사진=NC다이노스)





인기만점 롯데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노릇이다. 마산에서 롯데전이 열리는 날이면 NC팬들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단 말이다. 롯데전만큼은 기필코 직관해야 한다며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다. 회식을 일부러 롯데전 일정에 맞추어 잡는 곳도 있다. 뒤늦게 응원석 티켓을 구하느라 사방팔방 연락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7월 중순에 마산에서는 두산3연전과 롯데3연전이 열렸다. 1위 자리를 놓고 다툼이 치열한 선두 팀과의 경기에 더욱 열광할 줄 알았는데 팬들의 반응은 영 딴 판이었다. 두 시리즈 모두 평일이었는데 평균 관중 수는 롯데3연전에서 두 배가 높았다. 어딘가 희안하다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직접 물어보았다. 





"못 하는 팀이랑 하는 경기를 왜 보러 가?"

"그래도 롯데랑 한다 아이가~!"







            

2015 올스타전 명언을 남긴 황재균과 테임즈 (사진=스포츠Q)






마치 NC팬에게 롯데와의 경기란, 한일전과도 같은 것이었다.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은 늘 비교 대상이었다. 기필코 일본은 이기고 말아야 한다, 아시아의 Top을 두고 경쟁하는 심리는 과거 역사에 얽힌 앙금에서 출발하였다. 때로는 근거리에 위치하고 기후와 문화가 유사하다는 점이 한국과 일본을 가깝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 표현이 있지 않은가, 한일 관계는 멀지만 가까운 이웃이라고. 




NC의 연고지가 창원시로 결정되자 롯데 팬들 사이에서는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오레 전부터 마산야구장(창원시 소재)은 롯데의 제2 홈 경기장이었다. 이 자리를 덜컥 NC가 안방으로 차지하고 말았다. 늦둥이 막내에게 밥그릇을 빼앗겨버린 배 아픈 형의 심리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반면에 마산·창원의 야구 팬들은 NC창단에 격한 환영의 뜻을 보였다. 과거에 롯데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장마철에만 마산 경기를 편성하였다. 고작해야 여섯 경기였는데 우천 취소되기 일쑤였고 이는 추후 부산 사직구장으로 재편성되었다. 그 동안 마산의 야구 팬들이 쌓인 울분이 어마어마하지 않았을까. 누가 누구에게 빼앗겼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여전한 라이벌 롯데




지난 평일의 마산 야구장 3루에는 짙은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롯데 팬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주중에 마산에서 원정팀 응원 무리를 보기란 참 드문 일이다. 상대 팀을 긴장시키기로 유명한 롯데의 전국구 응원구호 "마!!" 여기에 별 일이 아니라는 듯이 "산!!!"이라고 필적할 수 있는 건, 오직 NC뿐이다. 




누군가는 옛 정을 떼지 못 하여서 '마산 갈매기(마산의 롯데자이언츠 팬)'로 남아 있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마산 야구장을 찾는지 NC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한 번 즈음 고민 해 보았을 테니까. 상대 팀 롯데의 라인업만 보고 무심결에 응원가를 흥얼거릴지도 모른다. 아직 어딘가 익숙한 구석이 남아있는 팀. 낯설지 않은 롯데를 마산에서 마주할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든다. 그래서일까, 성적은 초라하더라도 어쨌든 롯데는 NC의 변함없는 라이벌이다. 








<지난 주 NC> 

8월9일(화) 롯데 0-13 NC (마산)

8월10일(수) 롯데 5-7  NC (마산)

8월11일(목) NC 2-4 LG (잠실)

8월12일(금) NC 5-6 LG (잠실)

8월13일(토) kt 2-3 NC (마산)

8월14일(일) kt 6-5 NC (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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