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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Aug 23. 2016

나성범의 희생 번트

닥터베이스볼



모자 (사진=NC다이노스)





19일 고척돔에서는 낯선 장면이 포착되었다. 7회 초, 타석에 들어온 나성범을 소개하던 캐스터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나성범 선수가 번트 자세를 취하는군요!” 경기는 3-0으로 NC가 앞서고 2루에는 주자가 있었다. 벤치는 나성범에게 희생 번트 작전을 지시하였다.



희생 번트는 타자가 자신의 기록을 포기하는 플레이다. 타자는 아웃되더라도 주자만 진루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타자라면 당연히 홈런 치고 출루하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희생 번트는 자신이 아닌 오롯이 동료를 위하여 쓰는 기회다. 한 번의 기회가 지나가면 다시 9명의 순서를 돌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번트 자세를 취하는 나성범 (사진=중계화면 캡처)




더군다나 나성범은 홈런이 많은 거포형 타자다. 통상적으로 희생 번트란 클린업 트리오에게 요구하는 작전은 아니다. 안타를 칠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자신의 타석을 포기해야만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울까. 야구는 팀 스포츠라고 하지만 선수라면 개인 기록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희생번트를 자존심 문제로 여기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전을 내는 벤치도 선수에게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희생’이라는 단어는 그래서 어렵다. ‘모두를 위한다’는 말에 실린 무게가 무겁다. 그 날 경기에서 나성범의 희생 번트는 지금 NC가 처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NC는 시즌 초반부터 2위에 머물며 선두 팀을 추격하였다. 하지만 매섭게 쫓아오는 3위 팀 때문에 선두 탈환보다는 제 자리 굳히는 일이 더욱 급해졌다. 선발 투수 로테이션이 무너지면서 한 바탕 홍역을 치렀는데 타선의 베테랑 선수들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줄줄이 빠졌다. 





모자 속 13의 의미 (사진=NC 다이노스)




특히 손시헌은 갈비뼈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고 재활 중이다. 선수단은 모자에 손시헌의 등번호인 13을 새기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자리를 비운 선수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 NC는 당장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야만 했다. 나성범의 희생 번트는 오늘 NC가 외친 절박함이었다. 



다시 19일의 고척. 투수 금민철의 초구에 나성범은 번트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볼이 들어왔다. 2구째에도 볼이었다. 3루 주루 코치의 사인이 오가고 이윽고 3구째, 나성범은 재차 번트를 시도하였다. 타구는 방망이에 맞고 떨어져 1루 쪽으로 굴러갔다. 나성범은 아웃 처리되었지만 주자는 무사히 3루에 안착하였다. 이후 주자는 박석민의 안타로 홈플레이트를 밟고 들어왔다. 탄력을 받은 NC는 차근히 추가 득점을 올려 0-7로 경기를 마무리하였다. 희생의 원 아웃으로 만든 승리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더그아웃 선수들의 모습 (사진=NC 다이노스)





<지난 주 NC>
8월16일(화) 삼성 12-5 NC (마산)
8월17일(수) 삼성 5-9  NC (마산)
8월18일(목) NC 4-6 넥센 (고척)
8월19일(금) NC 7-0 넥센 (고척)
8월20일(토) NC 3-13 두산 (잠실)
8월21일(일) NC 9-4 두산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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