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베이스볼
과거 KBS에서 방영한'반올림'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옥림'이라는 평범한 중학생을 중심으로 사춘기 청소년의 갈등을 다룬 성장 드라마였다.10대가 주인공이라 에피소드가 유치하기도 한데 누구나 겪었던 시절의 이야기라서 많은 공감을 이끌기도 하였다. '반올림'으로 데뷔한 고아라, 유아인등은 지금은 어린 티를 벗고 연기 내공이 탄탄한 성인 연기자로 성장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구창모는 97년생으로 만 19세다. 울산공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 드래프트의 2차 1라운드 3순위로 NC에 입단하였다. 입단 후 첫 해는 퓨처스리그에서 보내고 올해부터 1군 팀과 동행하고 있다. 좌완 투수인 그는 불펜에서 계투 역할을 담당하였다. 서 너명 정도의 타자를 상대하며 짧게 던지고 있었다.
[사진1/ 가수 노노, 야구선수 구창모입니다. (사진=NC다이노스)]
구창모의 보직은 8월 둘째 주부터 변경되었다. 최금강과 함께 팀 사정으로 선발 투수로 보직이 변경된 것이다. 많은 팬들은 구창모라는 이름에 갸우뚱하였다. 과연 선발 검증을 거쳤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고 너무 어린 나이에 등판 경험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승패는 선발 투수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 그 중에도 가장 요구되는 역할은 바로 긴 이닝을 끌고 나가는 것이다. 선발이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불펜의 피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 해부터 NC의 강점은 탄탄한 불펜에 있었다. 그런데 불펜 자원이 두 명이나 선발로 옮겨가고 말았다. 내부에서 여러가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진2/ 좌완 기대주 구창모 (사진=NC다이노스)]
구창모의 첫 선발 등판은 8월12일 LG전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에 앞서 투구수를 70개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구창모는 그 날 62개의 투구를 던졌다. 문제는 생각보다 이닝을 소화하지 못 하였다는 점이다. 2와2/3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그 날의 경기는 NC가 패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가능성있는 새싹은 달랐다. 두 번째 선발 등판에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다. 구창모는 삼성을 상대로 5이닝을 소화해 승리 투수가 되었다. 선발 첫 승이자 프로 데뷔 첫 승리이기도 하였다. 볼넷과 사구가 도합 일곱개나 나온건 아쉬웠다. 특히 1구부터 10구 째까지 연속으로 볼을 던졌다. 경기 후 선수 본인도 제구가 잘 되지 않은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선발로서 다듬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조금씩 드러났다.
[사진3 / 창모야 오늘 피칭 '좋아요' (사진=NC다이노스)]
그리고 지난 수요일에는 상위권 성적표를 받았다. 구창모는 직구를 중심으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다양하게 구사하였다. 첫 승리 때 호흡을 맞춘 용덕한 포수와 함께 6이닝을 소화해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기록하였다. 또한 투구수가 105개로 부쩍 늘었다. 투구 내용 또한 4피안타 7탈삼진 3볼넷 2실점으로 훨씬 나아졌다. 선발 등판을 시작한지 한 달 만에 달라진 모습이었다.
청소년 드라마는 주인공이 내면의 성장을 깨닫는 순간에 결말로 이어진다. 물론 그 결말이란 끝이 아니라 비로소 성숙한 어른으로 넘어가는 문이 열린다는 뜻이다. 지난 수요일의 LG전으로 구창모는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선발 투수로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그 날 구창모의 청소년 드라마가 진정한 막을 내리고 선수로서 커리어의 문이 열렸다. 앞으로 20대의 구창모가 시작할 드라마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