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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Oct 08. 2016

도 넘은 자극, 언론의 도덕은 어디에?



지난 주 테임즈와 관련한 소식이 한 건 나왔다. 음주 운전 사실이다. 상황은 다음과 같다. 9월 24일(토) 밤에 어머니와 시내 모 처에서 식사를 하고 자가용으로 귀가하던 중 음주 단속 중이던 경찰에게 걸렸다. 당시 운전석에 있던 테임즈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56%였다. 테임즈는 즉시 통역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알렸고, 통역을 통하여 구단 수뇌부에게 바로 보고가 들어갔다. 이후 26일인 월요일에 테임즈는 마산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식사 중 칵테일 두 잔을 마셨고 미국에서는 문제되지 않는 수준이라 몰랐다고 한다. 한국의 교통법규에 따라 테임즈의 면허는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국내의 음주운전 규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음주운전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혈중 알콜 농도 0.05%이상이다(도로교통법44조4항). 혈중 알콜 농도가 0.05~0.1% 미만이면 100일간 면허가 정지된다. 0.1~0.2% 미만, 0.2%이상에 따라 면허 취소 등으로 처벌이 강하고 벌금도 세다.



테임즈의 음주 운전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사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테임즈는 기준치보다 0.006%를 초과하였다. 조수석에는 어머니라는 동승자가 있었다. 음주 측정에 도망가지 않고 응하였고 경찰에 의하여 조치되었다. 규정에 따라 경찰서에 출석하여 조사에 성실히 응하였다.




(사진=NC다이노스)

[사진1/ 테임즈 NC다이노스 선수 (사진=NC다이노스)]





적어도 바람직한 언론이라면



적어도 바람직한 언론이라면 음주 운전 소식과 함께 공적으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명시해야 했다. 조금 더 괜찮은 기고가라면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 생활에서 잘 모르는 어려움'에 관한 보도를 해 주기를 바라였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의 대리운전 시스템 이용이 어려운 이유라던가, 각 국의 상이한 규정으로 인하여 인지하지 못 하고 규범을 위반한 점이라던가,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해 보완할 점에 대한 보도야말로 대중이 언론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는 포인트가 아니었던가.



하다 못해 소식 전달에 대한 신중함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테임즈를 깎아 내리기에 바빴다. KBO 역대급 최고의 타자를 흠집내어 물어뜯는건 좋은 이슈가 되었다. 음주 운전을 한 주제에 경기에 출장했다고 비난하였다. KBO와 구단에서 여태껏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문제삼았다. NC의 가을 야구 성적에 관한 예측이 먼저였다. 뭐가 중점 사안인지 잊고 사는 모습이었다. 테임즈가 공공의 규정에 따라서 조사에 응하고 처분을 받은 사실에 관한 보도는 뒷전이었다. 심지어 '면허 취소 수준'이라는 오보를 자랑스럽게 제목으로 걸어둔 언론사도 있었다. 면허 취소는 혈중알콜농도 0.1% 이상으로 보도는 엄연히 잘못된 내용이다.



언론의 깃털 날리기 식의 가벼운 보도가 줄을 잇자 야구팬들도 분위기에 편승하여 난리가 났다. 배신감에 용서 할 수가 없다는 둥, 테임즈를 시즌 아웃해야만 한다는 둥, 한술 더 떠서 NC는 자숙의 의미로 자발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참여하지 말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있었다. 모 언론은 일본 측 보도를 인용하는 기사에서 테임즈의 본 사건으로 일본 구단들의 영입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야구팬 사이에서는 'NC가 테임즈를 잔류시키기 위해서 징계 처리를 더디게 한 거냐며' 빈정거리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진2/ 테임즈 NC다이노스 선수 (사진=NC다이노스)]




전국의 야구 팬에게 인기를 얻던 선수가 일순간에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수준높은 경기력을 선보인 팀의 다년 간의 노력이 형편없이 폄하되고 말았다.

이것이 언론이 원하는 결과였나?




NC를 겨냥한 도 넘은 언론의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2일(일) 사직구장에서는 NC와 롯데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이례적으로 NC의 치어팀(랠리다이노스)이 방문하여 팬들과 함께 3루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문제의 상황은 경기 종료 후 NC 측 응원단장의 멘트에서 비롯되었다. 해당 멘트가 홈 팀인 롯데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위 내용을 보도한 기자는 'NC의 응원단장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상대 팀을 조롱하는 구호를 했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기사 본문에 인용된 문구조차 틀렸다. 현장에서 직관한 롯데팬이나 엔씨팬의 말에 따르면 문제성 발언이라는 인지조차 못 하였다고 한다. 응원단장 코멘트의 앞 뒤를 다 자르고 자극적인 부분만 추려서 NC가 롯데를 조롱하고 도발하였다고 떠드는 모습이 마치 닭이 좁은 담벼락 구멍에 대가리만 집어넣고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고 발버둥치는 꼴에 버금간다. 한 쪽으로 편향된 주관적 보도야말로 도를 넘어 선 비상식적 조롱이 아닌지 묻고 싶다.




임태현 NC다이노스 응원단장 (사진=NC다이노스 팬)

[사진3/임태현 NC다이노스 응원단장 (사진=NC다이노스 팬 촬영)]




매년 KBO리그의 수준이 향상되는 것에 많은 이들이 자부심을 느낀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고 국제 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이루며 대한민국 야구는 나날이 성장한다. 하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많은 시선은 여전히 하등(下等)에 머물러 있다. 야구팬이자 언론을 가까이에서 소비하는 대중으로서 이번 작태에 큰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수준높은 관람 문화를 지향하고 객관적이고 풍요로운 보도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이 힘쏟고 있는 건 틀림없다. 기필코 이러한 고귀한 열정과 노력이 퇴색되지 않아야만 한다. 리그의 성장과 함께 보도 환경도 개선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참고

아래는 10월2일(일) 사직구장에서 경기 막바지에 NC다이노스 임태현 응원단장이 외치는 구호가 녹음된 영상입니다. 사직 3루에서 경기 관람 중인 NC다이노스 팬이 촬영하였습니다. 상대 팀 조롱 여부는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facebook.com/plugins/video.php?href=https%3A%2F%2Fwww.facebook.com%2F100011206632067%2Fvideos%2F304351526615066%2F&show_text=1&width=560


* 당시 응원 구호 전문)

한 시즌동안 16(열여섯) 게임 불티나게 싸웠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낙동강 더비라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수 있도록
내년에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제가 하는 말 그대로 따라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NC ~! 롯데 ~!
덕분에 ~! 재밌었다 ~!
올 시즌 ~! 고생했다 ~!
내년에도 ~! 다시 찾아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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