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어제, NC다이노스의 2016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전날 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 서늘한 바람이 살갗을 스쳤다. 다행히 파란 하늘에 날씨는 쾌청하였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야구장을 벗어나는 발걸음이 씁쓸하였다. 나처럼 한 해가 저물어가는 걸 12월이 아닌 이 무렵에 일찌감치 느끼고 있다면 당신도 영락없는 야구팬일 것이다.
NC에는 '승리의 하이파이브'라는 연례행사가 있다. 매년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그라운드에서 팬과 선수들이 모여서 하이파이브를 한다. 시즌을 무사히 치른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인지 아니면 다가올 포스트시즌을 응원하는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행사를 시작한 2014년부터 NC는 매년 가을 야구에 참여하는 중이다. 아마도 두 가지 모두 담겨있을 것이다.
[사진1/ 시즌 마지막 행사의 이름은 'NC다이노스 수고했Day!(사진=NC다이노스)]
올해는 나도 하이파이브 행사에 참가하였다. 경기가 종료되고 그라운드에서는 랠리다이노스의 특별 공연이 펼쳐졌다. 그 사이에 약 800명의 관중은 질서 정연하게 줄 서서 그라운드로 입장하였다. 야구장에서 아는 얼굴은 죄다 이 곳에서 볼 수가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서로가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기 바빴다. 야구팬이 아닌 사람이 들으면 경기도 직접 뛰지 않는 너희들끼리 뭘 그렇게 수고했다고 다독이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야구팬이라면 안다, 어떤 위로가 담긴 말인지.
내게 야구란 하루의 어떤 약속이었다. 노곤하고 피로한 하루 끝에는 반드시 그 날의 야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딱딱한 책상 앞에 앉아서 감정을 숨죽이고 종일 일하고 나면, 코로 숨을 내쉬어도 숨 막히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퇴근길에는 집이 아닌 야구장으로 향하였다.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달려 나갈 때 비로소 묵힌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가 있었다. 득점할 때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던가, 실책하면 아쉬움에 어찌 할 바를 모르던가. 그렇게 경기를 보는 순간이면 생기 넘치는 나를 마주하는 것만 같아서 즐거웠다. 매일 저녁 6시 30분의 약속이 내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사진2/ 팬들과 하이파이브 중인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사진=NC다이노스)]
마산야구장 그라운드에서는 가이드라인을 따라서 김경문 감독을 필두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돌아가며 팬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왠지 모를 뻘쭘함에 다가가진 못 하고 살짝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김경문 감독은 팬들의 응원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감사하단 말을 하였다. 전준호 코치의 검게 그을린 얼굴과, 최일언 코치의 안경에 가려진 눈가 주름을 보다가 마음 한 구석에 그렁그렁 사무치는 무언가 맺혔다. 가이드라인에 다가 서서 인파의 틈에 끼여 살짝 오른손을 내밀어 보았다. 누군가의 손 끝이 내게 스칠 때, 나도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