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 권태기를 극복하고 싶은 집순이
내가 언제부터 집순이였나?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해외생활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외부일이 딱히 없으니 나갈일을 일부러 만들지 않는한 없기도 하고, 집에서 유난히 할일이 많다.
집안일 뿐 아니라 모든 나의 일들은 집안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려 한다. 여러 이유로 그동안 너무 손을 놓고 있었더니 다시 글쓰기 위해 앉는 게 힘이 들었다. 막상 나의 이름이 박힌 책이 나오고 검색 순위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보느라 혼이 빠진 사이, 글쓸 동력을 잠시 잃었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무엇을 쓸까 고민했다. 돈벌이를 위한 글을 써야할지, 다음 책을 위해 글을 써야할지. 물론 다음책 작업에 들어가긴 했지만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시동을 걸 자잘한 글이 필요하다.
일단, 나의 일상의 삶을, 나의 생각을 매일 조금씩이라고 적어 보려고 한다.
나의 일상은 집에서부터 시작해 집에서 끝이 난다.
평일 아침은 늘 6시반 기상. 전날 밤 미리 준비해둔 것으로 아이 도시락을 싸고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인다. 그리고 함께 집을 나서서 역까지 배웅하고 그길로 바로 운동을 시작한다. 빠르게 걷기 후 아파트로 다시 복귀,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1시간을 꽉 채운 8시가 넘어야 집으로 들어와 남편과 아침을 먹는다.
보통의 나의 하루의 시작은 이렇다.
그 이후의 스케줄은 그날그날 조금씩 다른데, 이번주에는 밖에 나갈 일이 마트 말고는 없어서 내내 병든 닭마냥 힘이 없었다. 이번주는 할일이 많아서 나가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바깥 공기 좀 맡자 싶어 굳이 나갔다.
나갈 약속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갔다가 들어오면 한결 마음도 몸도 개운해진다. 훅 하게 더운 공기라도 바깥 공기가 주는 그 색다른 맛이 몸속에 스며들면 몸안의 감각들이 조금씩 깨어나는 기분이 든다.
자극 없고 경계심 없고 늘 익숙한 공간인 집안에서의 일은, 어떤 면에서는 좋고 어떤 면에서는 나쁘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 능률이 오르는 날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능률이 떨어지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재택이라고 스트레스가 없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도 받아야 자극이 되니 그 정도 스트레스는 감내해야지 싶다. 그렇지만 자꾸만 집안에 있으면 진짜 '집사람', 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일이 없어도 굳이 만들어서라도 나간다. 그 뻔한 '집사람'이 되기 싫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