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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트로살롱 Oct 27. 2023

치열한 삶의 현장이 여기라고?

집순이 권태기를 극복하고 싶은 집순이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린지는 좀 되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몇화를 쓰지 않았는데 글쓰는게 부담이 되었다. 어떠한 틀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글을 쓰다보니 글쓰는게 노동이 되고 머리를 쥐어짜니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몇화를 써놓고 난 일종의 잠수를 탔다.

몇개월이 흐르고, 브런치 앱에선 자꾸 글을 올리라고 성화다. 못본 체 하다가 어느날 문득, 일상을 그대로 적는 다이어리 같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나의 일상의 끄적임과 삶에 대한 시선, 그날그날의 생각과 말들에 대해서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생각이 많은 나는 어딘가 쏟아낼 구석이 필요했는데, 온라인 강좌나 온라인 미팅 같은걸 찾아봐도 도통 내가 낄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찾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서 내 글에 라이크를 찍는 이들을 하나하나 방문해 글을 읽기 시작했다. 하나를 읽으니 연달아 다른 글이 눈에 들어 오고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멈추지 않고 몇날 몇일을 내내 다른 이들이 쓴 글을 들여다 보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불안을 잊기 위해, 또 다른 이는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치부까지 드러내보이는 고통을 감내하며 글을 쓰고 있었다. 어떤 이는 유쾌한 가족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즐거움을 주었고, 또 어떤 이는 반려묘와 반려견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어떤 이는 누군가와 헤어질 결심에 대해, 또 어떤 이는 육아에 대해, 해외 살이의 고충의 대해서…

글을 읽다보니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모두의 진실된 삶에 대한 자세가 보였다. 누군가는 글을 쓰며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글을 쓰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심정을 열심히 변호하려 했고, 누군가는 자기 마음 치료를 위한 글쓰기에 몰입해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 브런치 글쓰기는 그저,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일종의 글쓰기 대회를 하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은 어느 곳보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실체는 없었지만 그 속내는 그보다 더한 고통을 떨쳐 내기 위해 몸부림치며 글을 쓰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찬찬히 글을 읽다 알았다.

누군가는 나처럼, 어떤 이의 글에서 내 모습을 찾아가며 공감하고 맞장구를 치며 라이크를 누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며 하는 치유. 나는 이 길을 두고 왜 그렇게 다른 곳에서 길을 찾아 헤매었을까.

모두 자기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각자의 방이 있다고들 한다. 나는 내가 힘들고 슬프고 우울할 때 그 방에 들어가 글을 쓰며 슬픔과 분노를 토해낸다. 그 방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공간이라 아늑하고 포근하다. 다만, 누군가 들여다볼 수 없다는 건 실은 누군가의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없다는 말과 같다. 혼자만 토해낸 울분은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게 마련이다. 밖으로 드러내서 위로와 공감을 받고 나면 그것이 곧 나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다시 깨달았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나도 살아야겠다. 나도 이곳에서의 생존법을 터득해보련다.

집순이의 일상에 또다른 파문이 하나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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