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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와 AI의 조화로운 창작법

타자기와 Ai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창작의 시도

by 레뜨로핏 Rettrofit

AI 시대에 타자기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술에 대한 반기나 과거로의 퇴행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아날로그적인 도구와 가장 진보한 디지털 도구를 의도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여는 미래지향적 제안이다.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각 매체의 고유한 역할과 가치를 명확히 규정하여 사유와 창작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 창작론’에 가깝다. 인간의 뇌는 ‘영감’과 ‘직관’, 그리고 맥락을 뛰어넘는 ‘연결’에 강점을 보인다. 반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 ‘패턴 인식’, 그리고 지치지 않는 ‘논리적 확장’에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이 둘을 창작 과정에 맞게 분리하고 다시 결합할 때, 우리는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이 서로를 보완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타자기’는 그 협업을 위한 가장 완벽한 아날로그 인터페이스다.


이번 회차는 필자가 제안하는 타자기로 초고작성 후 ai를 활용한 교정을 거쳐 필자가 최종 퇴고하는 방식으로 최종 원고를 완성했다. 글의 마지막에 타자기로 직접 타이핑 한 초고 타이핑원고도 함께 첨부한다.


타자기로 직접 타이핑한 초고 원고과 타자기


'초고는 타자기'와 '교정은 AI' 퇴고는 '인간'이

모든 글의 시작은 혼돈 속에서 길어 올린 영감(靈感)의 첫 문장이다. 영감은 책상 앞에 앉아 작정한다고 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편안한 대화를 나누거나, 멍하니 천장을 바라볼 때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게릴라처럼 나타나 뇌리를 스치고 사라진다. 물론 스마트폰 녹음기나 메모 앱으로 그 순간을 붙잡아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초고용 타자기’를 제안하는 이유는 디지털 의존도를 줄이고, 일상에 사색의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다. 집 안 어디라도 좋으니, ‘초고용 타자기’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해 보자. 그리고 그곳에서 영감의 흔적들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쓸 필요는 없다. 완벽에 대한 강박은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게 만들고, 결국 처음의 날 선 감각과 아이디어의 흐름마저 잃게 할 수 있다.


‘초고용 타자기’는 창작의 첫 단계를 지켜주는 점화 장치와 같다. 오타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제약이 오히려 스스로를 검열하는 뇌의 방해를 막아준다. 틀려도 괜찮다. 오직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머릿속 생각을 거르지 않고 날것 그대로 종이 위에 쏟아내며 ‘의식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구현해 보자. 논리의 완결성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이야기의 심장을 꺼내놓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키의 압력에 손가락 근육이 놀랄지도 모른다. 닭이 모이를 쪼듯, 손가락 관절을 곧게 세워 짧게 끊어친다. ‘철컥’ 소리와 함께 활자대가 윗몸일으키기하듯이 일어나 이마에 새겨진 활자로 종이를 때린다. 그 찰나, 검은 잉크 리본이 솟구쳐 올라 활자와 종이 사이에 끼어든다. 활자는 잉크 리본과 종이를 함께 강타하며 당신의 영감을 활자로 새긴다. 그렇게 당신의 초고가 완성되어 간다. 다소 거칠고 투박할지언정, 그렇게 완성된 초고에는 그 어떤 AI도 흉내 낼 수 없는 작가 고유의 목소리와 생명력이 담겨있다. 그렇게 쌓인 영감의 조각들은 내 안에서 숙성될 시간을 거친다. 덕분에 훗날 다시 그 글을 마주했을 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영감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다음은 AI의 차례다. 타자기로 완성된 초고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텍스트로 변환한 뒤, AI 편집기에게 넘겨주자. AI는 지치지 않는 최고의 교정자다. 맞춤법과 문법 오류는 물론, 문맥에 어울리는 더 나은 표현을 제안하고 문장 구조의 일관성까지 점검해 줄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놓치기 쉬운 오류들을 잡아내 글의 완성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가벼운 태블릿을 켜고 싶은 유혹이 수시로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왜 기꺼이 이 불편함을 선택했는지 되새겨야 한다. 이 과정의 진짜 목적은 ‘인간지능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창작의 ‘발상’과 ‘전개’는 타자기로, ‘수정’과 ‘교정’은 AI에게 맡기고 최종적으로 내가 완성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인간의 영감과 AI의 효율성을 결합하는 가장 현명한 분업이 될 것이다. 이제 당신이 도전할 차례다.



'필사의 타자기'와 '스타일 분석 AI'로

대가의 반열에 오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최고들의 작품을 따라 해 보는 것이다. 글쓰기에서는 이를 ‘필사(筆寫)’라 한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베껴 쓰며 문장의 호흡, 리듬, 구조, 단어 선택의 감각을 몸으로 익히는 훈련법이다. 이때 ‘필사용 타자기’는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컴퓨터 자판으로 필사할 때는 그저 눈으로 텍스트를 스캔하는 데 그치기 쉽다. 하지만 타자기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온몸으로 새기는 경험을 선사한다. 손끝의 타건감, 귓가의 소음, 종이에 박히는 활자의 흔적까지. 온 감각을 동원한 필사는 작가의 스타일을 뇌뿐만 아니라 몸의 기억으로 저장시킨다.


아날로그로 거장의 스타일을 체화했다면, 이제 ‘스타일 분석 AI’로 그 비밀을 파헤칠 차례다. 필사한 원문을 AI에게 분석시켜 보자. “이 글의 문체적 특징은?”, “평균 문장 길이는?”,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접속사나 수사법은?” AI는 텍스트를 데이터로 분석하여 작가의 스타일을 객관적인 지표로 보여준다. 막연히 ‘좋다’고 느꼈던 문장의 비밀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개발하고, 특정 스타일에 맞춰 글을 써야 할 때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된다. 아날로그로 거장의 숨결을 느끼고, 디지털로 그 숨결의 원리를 분석하는 것. 바로 지금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하이브리드 글쓰기 훈련법이다.






필자가 퇴근 후 늦은 밤 타자기로 써내려간 타이핑 초고이다. 오타를 내지 않은 깔끔한 원고 타이핑에만 집중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오타나 문맥 등에서 자유롭게 써내려가는 생각나는대로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다. 자유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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