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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돌보 Dec 08. 2023

일상 속에서  

아침이 밝았다. 어둠을 헤치고 살며시 찾아온 새벽 어스름에 눈이 떠졌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선 예상을 비껴갈 만큼 나의 일상은 빠르게 지나쳐만 갔다. 


이른 아침, 머리를 감는 것만큼이나 성가시고 부담스러운 일도 없다. 한창 출근이 익숙해질 무렵도 그랬다. 특히나 어둠에 잠식해 버려 제 빛을 잃어버린 겨울엔 더욱이 그랬다. 밤새 뗀 보일러 온기에도 어쩐지 차가운 거실의 한기 속에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만큼 추운 것도 없다. 


오늘은 십수 년도 더 지난 교정을 밟는 날.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가야만 했다. 


오랜만에 찾은 교정의 모습은 첫 만남만큼이나 낯설었다. 억지로 단정하고 나올 만큼의 어색한 부분은 없었지만, 가지고 있는 제 모습이 세월의 풍파 속에 새로워질 만큼 어색했다. 이상하리만큼 따스한 날씨 속에서 습관처럼 챙겨 입은 두툼한 패딩 덕에 12월의 한여름을 맞이한 듯했다. 출구가 헛갈릴 만큼 십수 년도 더 된 교정의 모습을 만나러 가는 길은 너를 만나는 일만큼이나 설렜다고 해야 될까. 역에서 얼마큼이나 걸어 나왔을까, 서서히 드러낸 교정의 모습에 지난 청춘의 자취가 나를 밟고 지나치는 듯했다. 


바쁜 일정 속에 나를 얼마큼이나 녹여내었을까. 숨 가쁜 일정으로 제 몸하나 건사하기 힘든 남편을 지켜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가운데 내뱉는 불만만큼 엄살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언제나 바빴다. 오고 가는 아이들의 일정을 챙기고, 그 와중에 해야만 하는 일들, (이를테면 집안일)만으로도 벅찼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때야 말로 혼술의 시간뿐이었다. 정성껏 아이들을 위해 김밥을 말고, 밥상을 치우고 그 와중에 내게 진심을 다할 수 있던 시간은 그야말로 혼술을 하는 도중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맥주 4캔의 행사 가격을 지나치지 못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채우는 혼술의 시간, 어쩌면 인생의 소소한 낙일지도 모르겠다. 


일상.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녹여내는 것만큼 행복하고 특별한 것도 없을 것 같다. 그것이 나는 오늘이었고, 교정을 밟으며 잠시 잠겼던 지난 추억의 세월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중심을 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타는 외발자전거만큼 고독한 나의 일상 속에서 오늘도 나는 잃어버린 평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늘 남편은 늦는다 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언제나 그랬듯, 오늘의 중심을 잡기 위해 혼술을 하고 그렇게 또 하나의 글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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