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이 잠길까 걱정돼 새벽에 차를 옮긴다.

이백세 번째 (200803 - 데일리오브제)

by 이충민

200803


'주차장이 물에 잠길 일은 없다.' 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니 하늘에 구멍이 난듯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문득 머리 속에 '주차장이 잠기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자 머리속은 마치 한지에 물이 스미는 것처럼 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며 퍼진다. 머리속을 지우고 다시 잠을 청해본다.


다 잡은 줄 알았던 파리가 어디선가 한마리 날라오듯 걱정은 머리속 어디에선가 피어난다. 이러저리 쫓아가 잡아보려 해도 어느새 손이 닿지 않는 천장으로 날라가 버리고 잊을라 하면 다시 나타난다. 이렇게 잠도 설치며 있자니 그냥 빨리 차를 지상으로 옮기자 싶어 우산을 챙긴다. 잠옷 차림에 레이스 달린 땡땡이 우산을 들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건지 원래 그런건지, 지상에 주차장이 없다. 이왕 나온거 다시 들어갈 수 없으니 조금 멀리 가서라도 주차한다. 바닥에 고여있는 물을 거리낌없이 밟으면서 슬리퍼를 신고 나오길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새벽같이 비가 내리진 않았다. 내 예상과 같이 굳이 차를 뺄필요 없었던 것이다. 내가 굳이 차를 지상으로 옮긴 것은 갔다와서 편하게 잠에 들기 위해서이다. 전혀 억울하지 않다. 내 차가 잠기지 않았고 다른 차도 물에 안잠겼으니 더 좋은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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