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십일 번째(200811 - 데일리오브제)
마스크를 쓰니 습도가 두배가 된 듯 싶다. 입으로 숨을 쉴때마다 습기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코로 숨을 쉬려 노력한다. 그렇게 마스크와 씨름을 하던 와중에 길에서 아이스크림 크레페를 발견했다. 다가오는 결혼식 때문에 식단 조절을 하던 나에게 평소에 크레페는 애써 지나쳐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습기가 가득차 당장이고 몸 속 어딘가의 폭탄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크레페를 먹는 것은 폭탄을 향해 타들어가는 심지를 잘라줄 가위질과 같은 것이다.
기쁜 마음에 크레페를 받아들었다. 식단 관리 때문인지 처음 두 입은 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으로 더위가 조금 달래지자 점점 많은 누텔라가 내 입속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누텔라와 함께 찬 죄책감과 한동안 맛보지 못했던 달달함의 역치는 너무나 낮아서 내 허용치를 넘어 버렸다. 차마 4천5백원 짜리 크레페를 버리지는 못하고 한입씩 해치우며 입속은 누텔라로 물들어 버렸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해치웠다. 하지만 혓바닥은 아직 달달함으로 얼얼했다. 얼얼한 혀를 달래기 위해 가방에서 탄산수를 꺼냈다. 급한 마음에 탄산수 뚜껑을 따는 순간 탄산수는 샴페인처럼 터져버렸다. 몸과 가방은 마치 영화에 나오던 생일에 뿌려진 샴페인을 맞은 주인공처럼 시원하게 젖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마도 탄산수가 사이다가 아니라는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