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양이 오줌이다.

이백열다섯 번째(200815 - 데일리오브제)

by 이충민

고양이 2마리 화장실 3개 매일 청소함. 매일 갈아주는 물. 아침저녁으로 주는 간식. 자율배식으로 주는 밥. 뭐가 부족한지 모르겠다. 그래, 어제저녁 집을 비우긴 했다. 그래도 이미 너가 오줌 싸서 갈아버린, 며칠도 안된 새 이불에 오줌을 싸는 건 너무한 것이 아닌가. 그것도 위아래 모두 흥건히 그것도 매트릭스까지 충분히 적셔버리다니.

안방에 들어서자마자 지린내가 가득했다. '혹시?'라는 생각에 침대에 손을 가져다 대니 축축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코를 대서 맡은 지린내는 지금까지 코에 가득 차 있다. 이제는 혼내고 싶지도 않아서 그대로 방을 나왔다. 하지만 뭘 잘못했는진 알아야 하니 다시 방으로 들어가 형식적으로 혼나고 안방에서 쫓았다. 말을 하지 못하니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 집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웠다. 그 녀석은 어느 날 내 방에 오줌을 쌌는데 난 그게 너무 싫었다. 오줌을 싸는 날에는 고양이를 데려다가 이불에다가 자기 오줌 냄새를 맡게 했다. 나한테 오줌 냄새를 맡게 했으니 너도 오줌 냄새를 맡으란 것이었다. 하지만 걔는 그게 너무 싫었는지 그때부터 나와 결투를 신청하듯 오줌을 싸재끼기 시작했다. 내 신발, 이불 내 냄새가 나는 곳을 자기 오줌 냄새로 바꿔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 심지어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맨소래담을 방문과 틀에 발라놨었다. 처음엔 싫어하다가 숨을 막고 들어오는 건지 어느새부턴가 그 맨소래담 문을 뚫고 들어와 다시 오줌을 싸 재꼈다.

걔는 나를 너무 싫어했다. 한 번은 내가 거실에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그 녀석은 나를 한동안 살피더니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퍼즐 위에 올라와서 퍼즐을 풀어헤치려 했다. 물론 퍼즐은 생각보다 튼튼해서 고양이가 올라온다고 풀리지 않았다. 난 그 모습을 비웃으며 녀석을 치우고 다시 퍼즐을 맞췄다. 하지만 일은 한참을 맞추다 다시 자리를 비울 때 일어났다. 그 녀석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소파에 올라서서 멀리 점프를 뛰어 내 퍼즐을 흐트러 트렸다. 참 어이없는 놈이었다.


난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기 싫었다. 아내가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도 나는 다신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별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강아지나 고양이가 없었던 적이 거의 없다. 결국 키우게 됐다. 아무 의미 없는 걸 알면서 아내에게 고양이를 키우면 난 하나도 양육을 하지 않을 거고 고양이 밥도 똥도 물도 안 치울 거라고 엄포했었다. 아마 지금쯤 그 약속은 나만 기억하는 약속이 되었을 것이다. 고양이가 이불에 오줌을 싸면 진짜 내쫓을 거라고 얘기했다. 본가에 가서 키우던, 사업장에 가서 키우던, 아무튼 우리 집에선 안 키울 거라 얘기했다. 그리고 아마 그 약속은 고양이도 안 지킬 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안 그러면 이렇게 오줌을 싸재낄 수는 없는 거다.


글을 쓰면서도 고양이 한놈은 지가 혼나지도 않았으면서 저기 숨어 들어가 있고, 맨날 오줌 싸는 놈은 별로 혼나지도 않으니 눈치를 살 살보다 기어 나와 애교 부리러 방 안으로 들어온다. 난 호통을 치며 내쫓는다. 이 녀석은 또 오줌을 쌀 것이다. 난 고양이 오줌 속에서 자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장마철에 오줌 싼 이불을 말리느라 이미 집은 이불 천지였다. 또 빨래를 돌린 이불은 안 그래도 눅눅한 에어컨 없는 이 집을 더 눅눅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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