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충민 Feb 06. 2020

24 - 해무의 선장 철주

스물네 번째(200206) - 영화 해무의 선장 철주


영화 해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철주


  그는 잘 나가던 선장이었다. 다방에서 하루에 200만 원도 쓰던 그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비조차 벌기가 쉽지 않다. 그의 와이프는 대놓고 바람을 피우지만 그는 면목이 없어서인지 아내에게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다. 화를 내기보단 그는 집에 돈을 던지고 나와 배에서 잠을 청한다. 돈이 없어 배가 뺏길 지경에 이른다. 결국 그는 '조구 재비', 즉 인간을 밀항하는 일을 맡기로 결심한다. 선원들에게는 말도 없이 결정한 일이지만 선원들은 그의 앞에서 불만을 토로할 순 없다. 그래도 그는 선원들에게 거금을 쥐어주며 그들을 묵묵히 달랜다.  

  사람을 옮겨 싣다가 여자 한 명이 빠지는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모두 옮기는 데 성공한다. 선원들은 밀항하는 조선족들 중 여자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처음 밀항하는 사람들처럼 밀항자들에게 라면을 제공하거나 건강을 신경 쓰며 사람처럼 대한다. 몇몇 선원들은 여자들에게 작업을 건다. 나이 든 직원들은 밀항자들과 얘기하며 교감한다. 선장은 선장실을 지킨다. 

  날이 밝자 근처에 배가 지나가서 사람들을 어창에 가둔다. 배가 지나가고 사람들은 어창에 나오지만 어창의 냄새가 너무 역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사람들이 담합해 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자 선장은 내려와 처음 주도한 사람을 몽둥이로 개 패듯이 린치 한다. 선원 한 명이 몸을 던져 막는다. 선장은 그러자 선원을 시켜 바다로 그 사람을 던져버린다. 그렇게 그는 배의 질서를 유지한다. 그리고 다시 어창에 사람들을 넣는다. 하지만 막내 선원 한 명은 호감이 가는 여자를 빼서 기관실에 둔다.  

  근처의 배에 경찰이 한 명 왔다. 그는 괜히 단속을 한다. 그는 더 많은 돈을 원하지만 선장은 더 이상 그에게 줄 돈이 없다. 그를 죽여버린다고 협박해 배로 다시 보낸다. 


  어창에 있던 사람들은 모조리 죽었다. 프레온 가스가 누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올라와 사다리를 치워버리고 문을 닫아버린다. 그는 갑판에 앉아 생각한다. 놀라지도, 화내지도, 울지도 않는다. 그렇게 그는 안개가 자욱이 낄 때까지 계속 생각했다. 선장은 갑자기 일어서서 선원들에게 시체들을 갑판으로 올리라 지시한다. 그리고 모두 한 번에 죽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선원들은 시체를 갑판으로 올린다. 그리고 신분증을 불태운다. 기관장은 슬퍼하고 있다. 몇몇 선원들은 값나가는 물건을 챙긴다. 시체에게도 욕정을 품는 선원도 있다. 선장은 고기밥으로 쓰게 하기 위해서 도끼로 죽은 사람들을 찍어 피를 낸다. 선원은 계속되는 일과 비정상적인 상황에 서로 싸운다. 선장은 그럴 때마다 나와 시체를 토 막내며 정신을 차리게 한다. 선장은 선원들의 컨디션을 살핀다. 

  기관장은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기관장이 파출소에 신고한다고 하자 선장은 흥분한다. 그는 기관장을 잘 달래려 하지만 기관장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육지에 올라 말을 할 것 같자 그는 기관장을 죽인다. 그가 가지고 있던 증거와 자신의 살해 현장도 잘 태우고 정리한다. 

  

  막내 선원이 숨겨놨던 여자를 선원이 발견한다. 여자를 죽이려 하자 막내 선원 한 명이 반항한다. 해경이 또 접근해서 선장은 해무를 이용해 도망가려 한다. 그 와중에 선원들은 정신이 나가 서로를 죽인다. 선장이 말리다 배는 갈피를 잃고 큰 배와 부딪치고 만다. 배는 점점 침몰하고 선장은 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배는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선장은 배와 함께 가라앉는 것을 선택한다. 

 


영화 밖에서 (가상)

  철주는 도통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그의 와이프의 소원은 그가 웃는 모습을 보는 거였다. 매일 같이 뱃일을 하고 악착 같이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배를 중고로 하나 사게 된다. 마지막 대금을 치르고 처음으로 배를 올라설 때 철주의 웃는 모습을 아내는 처음 본다. 배가 생긴 철주는 더욱 열심히 일했다. 돈은 차곡차곡 쌓여 집도 사고 집 옆에 횟집도 하나 차렸다. 몇 년이 지나고 아내는 철주의 아들을 하나 낳았다. 그 소식을 들은 철주는 뱃머리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철주가 처음으로 뱃머리를 돌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내가 본 철주의 두 번째 웃는 모습이었다. 

  철주는 뱃일이 없는 날이면 어린 아들을 배에 태우고 한 바퀴 도는 일을 좋아했다. 아들은 아빠를 빼다 닮았다. 뱃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날이면 아들은 항상 항구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아빠가 선장인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어느 날 아들이 쓰러져 병원에 갔다. 많은 시간을 모든 돈과 노력을 드렸지만 소용없었다. 가세가 기우는 것이 보이자 아들은 아빠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꼭 일하러 나갔다 오라고. 아빠 철주는 아들이 소원이라 말하기도 했고 이제 돈도 점차 떨어져 가기 때문에 배를 타야만 했다. 배를 타고 돌아오자마자 철주는 아들에게 향했다. 아들은 불과 몇 시간 전에 숨이 끊어졌다고 했다. 철주는 오열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배 밖에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3 - 박화영의 세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