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각 3일차 - 우리집 고양이의 어린 시절
기억 조각 시리즈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로 옛날 사진첩을 자주 뒤져보게 된다. 막힘 없이 내리는 스크롤 사이로 한번씩 멈춰서 쳐다보는 사진들이 있다. 그 사진들을 하나 같이 어디 자빠져 있거나 얼굴 찡그릴 만큼 웃고 있는 사진들이다. 이상하게 멋드러지게 꾸며서 찍은 사진엔 영 감흥이 안생긴다. 그냥 그 순간의 모습이 찍힌 것에 눈길이 간다. 그러다 문득 아련해 지는 것들이 있다. 늙은 모습에 익숙해지다 그 시절 젊었던 사진을 보면 특히 그렇다.
오늘은 옛날 고양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난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본가에서도 고양이는 항상 있었다. 그래서 결혼하고 독립하면 키우고 싶지 않았건만, 한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와이프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했다. 결국 작은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
12평 작은 단칸방은 고양이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였다.
어린 고양이들은 뛰어 놀고 싶어했고, 우리집은 작았다. 와이프는 없는 형편에도 계속해서 고양이 장난감을 사가지고 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문 앞엔 항상 장난감 택배가 배달되어 있었다.
장난감이 너무 많아지자 문제가 생겼다. 우선 장난감을 둘 곳이 없었다. 장난감은 적당히 둘 수 없고 따로 둘 곳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어린 고양이들은 눈에 보이는 장난감을 가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입으로 맛보고 씹고 발로 할퀴고 무자비하게 뜯어버린다.
그래서 꼭 어디다 넣어야 하는데, 사람이 쓸 가구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 장난감 수납장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방법은 침대 옆에 쑤셔 넣는 거였다. 우리는 매트리스를 그냥 바닥 위에 올려놓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매트리스와 벽 사이에 공간이 있다. 여기에 쑤셔넣으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갔다. 가끔씩 청소할 때 옆 물건을 꺼내면 '아 이게 여기있었어?' 하는 감탄도 같이 꺼내진다.
아무튼 장난감을 거기에 숨겨두다 보니, 작은 고양이들은 놀고 싶으면 침대 옆으로 가서 무엇이든 끄집어 올리려고 시늉을 하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얘네도 참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9살인 고양이들은 그리 심심해 하진 않지만 가끔씩 놀고 싶으면 아직도 침대 옆으로 가서 장난감을 꺼내는 시늉을 한다. 이제는 이사도 했고 벽지도 다르지만, 아직도 저러는 것을 보면 어릴 때의 기억이 참 오래남아 몸과 함께 같이 자라는 것 같다.
지금은 아이가 두돌이 얼마 전에 지났는데, 지금 놀아주는 것을 기억 못할 것 같아 아쉬움이 들다가도 고양이들 보면 또 아예 지워지는 것은 아닐거라 믿는다. 몸 어딘가에 남아 같이 자라나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