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각 4일차 - 호주 길거리 초보 마술사 (2)
빈 공간에서 혼잣말을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낯선 이들로 가득한 거리에서 홀로 입을 떼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누구도 나에게 비난을 하지도 욕을 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관심을 주지도 않는다. 눈을 흘기며 지나가면 괜스레 위축되는 내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나를 위해 기꺼이 멈춰 서주지 않는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돈을 건낼 생각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나는 찰나의 시선을 잡아 둬야만 한다.
처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나다니는 사람들 속에 용기를 내 서 있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벙어리처럼 서있으면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제서야 말을 내뱉는다.
"Magic show is about to start! (마술 쇼가 곧 시작합니다!)"
허공에 말을 던지다 보면 받는 찰나의 시선을 보내는 행인에게 얘기한다. 마술쇼가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외침을 듣고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은 없다. 그 이상을 보여줘야만 한다.
한국에서 연습할 때는 거리에 테이블을 펴기만 해도 '여기서 뭐해요?'라고 호기심을 담아 물어보곤 했다. 그래서 마술 실력만 열심히 갈고 닦으면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미 경쟁자가 많아서 그런 것일지, 개인주의가 만연한 곳이라서 그런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멈춰서서 지켜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했다.
'공쳤다.' 는 말은 그 때 당시 내 상황을 보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쇼, 동정으로 보내는 동전 몇푼이 고작인 쇼, 하루종일 서있어도 하루치 방세조차 벌지 못하는 쇼였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