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각 5일차 - 호주 길거리 초보 마술사 (3)
영화 <신의 한 수>를 보면 '세상은 하수에게는 지옥이고 고수에게는 놀이터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불행하게도 나는 아직 고수가 아닌지라 세상이 놀이터였던 적이 없다. 하지만 하수에게 세상이 지옥인 것은 너무나 잘 알고있기 때문에, 그 말이 유독 기억이 나는 것 같다.
호주에서의 삶은 거리공연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나아졌다. 차갑기만 하던 세상의 시선이 따뜻해진 것인지 내가 오해했던 것 인지는 모른다. 다만, 이제는 내가 사람들을 관찰한다. 길거리에 서서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면 알게된다. 보통 어느 시간에 사람들이 느리게 걷는지, 혹은 빠르게 걷는지를 알게 되면 언제 나에게 더 관대해지는 지도 알게 된다. 놀랍게도 거리는 계속해서 변한다. 그것을 반복해서 보면 나한테 맞는 시간과 장소를 찾게 된다. 그리고 공연자들은 그 장소들을 '스팟'이라고 부른다.
스팟을 보는 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스팟들이 있지만 비슷한 공연을 하면 비슷한 스팟에서 마주치기 마련이다. 그 즈음 나는 '마크'라는 마술사를 만나게 된다. 마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궁금해야 다가온다는 것, 정장 차림은 불리하다는 것, 빠르게 말한다고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왜 사람들이 길에서 공연하는 사람에게 돈을 건내주는지도 알려주었다.
어느 날은 왜 경쟁자일 수도 있는 나에게 이런 것들을 알려주는지 물었다. 마크는 말했다. 처음엔 그냥 해보는 사람인줄 알아서 따로 말을 걸지는 않았는데, 매일 나오는 것을 보고 말을 걸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라고 말했다. 나는 마크 덕분에 길거리 생활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