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각 2일차 - 쏠비치에 설치한 석고 매대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혼인신고만 먼저 한 아내와 함께 강원도까지 갔다. 편집숍에 매대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파란색 낡은 포터 트럭. 아내는 항상 조수석이 아닌,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좁은 자리인 '보조 조수석'에 앉았다. 기어 변속봉이 무릎에 닿을 만큼 좁은 그 자리는 영화관보다 더 딱 붙어 앉을 수 있다.
우리의 파란포터 유리창에는 썬팅 하나도 안 되어 있었다. 그래서 밖에서 차안이 창문을 열어 놓은 것보다 더 잘 보였다. 아마 사람들은 밖에서 우리에게 "왜 저러고 다니나" 했을거다. 덜덜거리는 중고 300만 원짜리 포터 안에서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가까웠다.
파란색 포터는 한참을 달려야 강원도에 갈 수 있다. 시속 100키로가 넘으면 하늘을 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로 가끔 속도를 내면 잠깐 타이어가 뜬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진짜 날라갈까봐 포터는 항상 2차선으로 빠져서 달렸다.
매대는 강원도 쏠비치 안에 있었다. 1층 편집숍에 매대를 설치하고 쏠비치 로비에 들어서자 커다란 뷔페가 보였다. 유리창 넘어 뷔페 안에는 음식이 즐비하였으나 나는 입구에 떡하니 써있는 뷔페 가격표가 먼저 보였다.
'1인 8만원'
2명이면 16만원 이었다. 아마 무리하면 먹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괜스레 바깥에 있는 물회집 얘기를 꺼냈다.
'여기 근처에 해수욕장 있던데 해 지기 전에 거기 갔다가 거기 물회집 가자.'
물회집 근처를 지나자 주인 아줌마가 손짓한다. 평소였다면 귀찮기만 했을 손짓이 왠지 싫지 않다.
물회는 시원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미안해진 마음은 쉽게 시원해지지 않았다.
'다음에 오면, 꼭 쏠비치에서 자고 뷔페도 먹고 가자'
그녀는 꼭 그러자며 물회를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