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이라니,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스무 살 때만 해도 책을 펴는 것조차 귀찮았는데, 이제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으니. 그리고 그 이유가 또, 내 공방 때문이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자꾸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드라이플라워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이것저것 배우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새로운 꽃 디자인 기술도 배우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여기저기 수업도 들으러 다녔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길로 들어섰다. 작품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던 것에서 나아가,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내 삶에 등장했다. 그 단어를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내 공방을 어떻게 더 잘 알려야 할지, 사람들에게 내 브랜드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책 읽는 것도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더 많은 책을 찾게 됐다. 그리고 어느 날, 정말 우연히 ‘드라이플라워 예술’과 관련된 석사 과정을 발견하게 됐다. 마치 길을 걷다가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이거다!’ 싶었다. 예술적 표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배우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이플라워로 진짜 예술을 해보고 싶다는 그 마음과 딱 맞아떨어졌다. 난 항상 말했다. 드라이플라워로 예술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나이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다시 학교에 들어가는 게 정말 괜찮은 일인가 싶다. 솔직히 공부를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었으니, 갑작스런 내 변화가 나조차 신기했다. 내가 이토록 진지하게 ‘대학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다니, 그 생각만으로도 어색하고 웃음이 났다.
집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 남편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냥 편하게 살지, 왜 굳이 또 공부를 해?” 그래, 그 말이 맞다. 굳이 이 나이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공부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편은 항상 나를 응원해준다. 적극적으로 ‘그거 해봐!’라고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언제든지 지지해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고 싶으면 해”라는 한 마디에 나는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내가 이 과정을 마친다고 해서, 정말로 그 지식을 써먹게 될까? 공방을 조금 더 잘 운영하는 정도가 고작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결정을 하는 게 맞을까 싶었다. 그 고민의 답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내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내가 이토록 진지하게,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사실 대학원에 가는 것이, 내 공방 운영에 엄청난 변화를 줄지 아닐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이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성장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삶의 방향을 잡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의 끝은 아마도 이렇게 될 것이다. “하고 싶으니까 해본다.” 단순한 것 같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방을 운영하며 수많은 밤을 새고, 고민하며 머리를 싸매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내가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을 따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과정이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이 쓸모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그것을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지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의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 새로운 도전은 나에게 또 다른 희망과 꿈을 주고 있다. 과연 내가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작은 해보려고 한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열어줄 열쇠가 될지도 모를 이 새로운 길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뎌보려 한다.
“늦었지만, 배움에 늦은 때란 없다”는 말처럼, 나는 나의 인생을 조금 더 다채롭고 아름답게 채우고 싶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내가 얻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아직은 많이 고민해봐야겠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 궁금하지만 나의 변화는 좋은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