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방을 시작했을 때는 설렘과 기대감이 가득했지만, 그 기분이 오래가진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씩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던 날들이 많았다. 회사를 다니며 직원으로만 있어온 나에게 공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자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공방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이를 키우며 공방을 운영하다 보니,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건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한 구조도 아닌 것 같고, 내 자아 실현을 위해 하는 건가 싶을 때가 많았다. 이러다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나 스스로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한때, 판매가 많이 이뤄졌을 때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만든 상품들이 팔려나가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긴 했지만, 기쁨보다는 피로가 더 컸다. 그 많은 상품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밤을 새우며 작업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 시절의 나는 지쳐 있었고, 이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건 아니다' 싶었다. 공방 운영이 단순한 수작업만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 꽃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었다. 더 이상 단순 노동에 머무르지 않고, 드라이플라워와 생화를 다루며 공방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무리 꽃 공부를 하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도, 판매는 늘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언제쯤 이 공방이 자리를 잡을까?'라는 질문은 매일같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가끔은 그마저도 헛된 꿈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 때면 나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아이만 키우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했다. 경제적인 부담도 줄어들 것 같았고, 시간도 더 여유로울 것 같았다. 부모님께 아이의 학원 픽업을 부탁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고, 내 차는 하루에도 공방과 집 주차장을 몇 번이나 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 그만두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내 자신이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브랜드가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는 시야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내적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처음엔 남들 앞에서 말 한마디도 못하던 내가, 지금은 수업을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내성적이었던 나는 수업을 통해 내 안의 단단함을 깨달았고, 점점 더 자신감을 얻어갔다. 물론 여전히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나는 이 공방을 통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판매가 부진할 때도 있었고, 힘든 날들이 많았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느끼는 성장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백 번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나 자신이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방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의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 여전히 공방 운영은 쉽지 않지만, 이제는 그 안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나는 여전히 매일 고민하고, 때로는 지치지만, 내 안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