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띈 책,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 한 번 더 보게 되는 제목이었다. "그럼, 언제는 나로 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의 말씀을 따랐고, 대학생 때는 사회가 원하는 길을 따라갔다. 결혼 후에는 가족을 위해 살아왔다고 믿었다.
그런데 문득, 진짜 나는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사실 나는 가족에게만 맞춰 살지는 않았다. 내 행복도 중요했으니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이에게 모든 걸 맞추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도 가끔 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라는 타이틀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나'라는 이름이 희미해진 것이다.
어느새 40대가 되었다. 솔직히 '중년'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마음은 여전히 20대, 30대처럼 젊은데 요즘 트렌드나 인기 있는 노래를 들으면 모르는 것이 많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무작정 도전했을 일들도 이제는 '이 나이에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엔 당당하게 입었던 짧은 반바지를 떠올리며 웃고, 이제는 그 옷이 어색해진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깨닫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중년은 삶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책에서는 중년을 '지나가는 젊음과 다가오는 늙음이 공존하는 시기'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공감이 갔다. 이제는 빠르게 유행을 따라가지 않지만, 그 대신 경험에서 오는 여유가 생겼고, 새로운 시작을 할 용기도 커졌다
이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스스로를 표현할 시기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내가 미술과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꽃을 만지고, 작품을 만들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걸 느낀다. 어쩌면, 이 나이에 시작한 공방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중년 자기계발'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나 역시 가끔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 나이를 실감하지만, 동시에 내 나이에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때로는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이런 고민조차 내가 여전히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증거 아닐까?
책에서 배운 점 중 하나는 불필요한 것들은 내려놓고,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공방을 운영하면서도 고객의 반응이나 판매 실적에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게 오히려 나를 더 행복하게 하고,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년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기다. 나이를 핑계로 도전을 미루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시도하며 내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이 나이에 뭘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다. 100세 시대라고들 하지 않나. 이제 겨우 반도 오지 않았으니, 남은 시간을 '나'를 위해 살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이제는 나로 살아야 한다'는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중년이라는 시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나도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지금이야말로 나로 살아갈 준비를 할 때라고 생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