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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 May 20. 2019

클라이밍 하는데 목이 왜 이렇게 아프죠?

아홉살 꼬마에게 배운 클라이밍 9계명

클라이밍을 시작한지 약 2주가 지났다. 욕심내지 않고, 자세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겠다는 초심. 그 마음은 어느새 작아졌다. 이렇게 빨리 작아질줄은 나도 몰랐다. '오늘은 저 홀드를 꼭 깨고 말아야지' 다시 승부욕이 올라왔다. 나는 심한 몸치라서 몸을 잘 쓸줄 모르는데, 또 승부욕은 있어서 가끔 죽자고 도전할 때가 있다. 최근 며칠이 그랬다.


하필 못한 걸(중간에 2~3번 실수) 촬영했다. 원래 더 잘한다!!! (음악출처 : 김성원-Enter the Sunrise)


그렇게 해서 드디어 검정색 홀드를 성공했다. 지난 주에도 얼떨결에 성공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 우연이 아니라 아주 자신 있게 성공한다. 검정색 홀드에 대한 감을 잡았다. 그토록 오르기 어려웠던 마지막 홀드도 이제 껌이다!! 시도 할 때마다 성공해서 너무 기쁘다. 이렇게 쉬운걸 왜 못 올라갔나 싶다.


기쁨 만큼 아픔도 있다. 최근 극심한 목 통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목이 너무너무 아프다. 강사님에게도 물어보고, 센터장님에게도 물어봤다. 목 아픈게 정상이냐고. 돌아오는 답변은 "목 아프다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하... 아니 왜 나만 목이 아플까? ㅠ_ㅠ


암벽에 오르기 위해선 발 끝에 힘을 주고, 발에 체중을 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근데 나는 발이 아닌 팔과 목에 힘을 주며 오르고 있다. "팔 힘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레 발에 힘을 주게 돼요" 라는 강사님의 말. 발에 체중을 못 싣는 것을 보면 나는 팔 힘이 겁나 센가 보다. (참고로 클라이밍용 신발의 바닥은 고무 재질로 되어 있어서 홀드에 잘 달라 붙는다. 즉, 발을 잘 이용하면 굳이 팔에 힘을 주지 않더라도 쉽게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클라이밍에 임하는 9살 꼬마의 진지한 자세


낮에 센터에 온 9살짜리 여자 아이가 적었다는 필기공책이다. 어린아이에게서 배운다더니..그 말이 정말 맞다. 난 저 9살 꼬마에게 배워야 한다. 강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빼놓지 않고 받아 적었다. 머리에 새기며 꾹꾹 눌러 썼겠지? 난 강사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서 이렇게 남들 멀쩡한 목이 아파 미치겠는데...


<클라이밍 9계명>

-선생님 말 잘 듣기

-클라이머는 얌전해야 한다.

-호흡하기

-팔을 너무 당기지 않기

-자기자리를 오르기

-진지하게 오르기

-정확하게 오르기

-허리를 펴고 오르기

-발 똑바로 딛기


언니가 오늘 너에게 하나 배웠다. 내가 또 목표에만 눈이 멀어 기초를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오른 것 같은데, 이제 얌전히 선생님 말 잘 들으며 진지하고 정확하게, 자기자리를 오르는 클라이머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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