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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리뷰] Forza Horizon 5

포르자 호라이즌 5 : 업계 1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by Rev
img.jpg Forza Horizon 5 대표이미지 | 출처 : Steam


포르자 호라이즌 5는 Microsoft 산하의 Playground Games에서 개발한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입니다. 2021년 11월 9일 Xbox, Steam에서 동시 출시하였고, 출시 후 만 3년 2개월이 지난 2025년 1월 11일 기준으로도 스팀 레이싱 게임 카테고리에서 인기순위 3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집계 기준을 IP로 확대하면 레이싱게임에서 동접자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스팀 동접자뿐만 아니라, OpenCritic 기준 평론가 점수도 높아, 현세대 레이싱 게임의 레퍼런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img.png 오픈크리틱 "Mighty" | 출처 : OpenCritic


img.png 메타크리틱 "Must-Play" | 출처 : Metacritic


포르자 호라이즌 5가 출시된 지 만 3년이 지난 지금, 포르자 호라이즌은 판매실적으로 보나, 유저 커뮤니티에 미친 영향력을 보나 레이싱게임의 대세입니다. 비슷한 콘셉트와, 게임 전개 방식을 가지고 24년 4월 18일에 출시한 유비소프트의 더 크루 모터페스트는 출시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일일 피크 동접자 1,363명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포르자 호라이즌 5는 17,196명의 동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FH5는 어떻게 롱런하고 있는가?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출시 이후, 굵직한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 IP들의 신작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EA의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 Ubisoft의 더 크루 모터페스트, Nacon의 테스트 드라이브 언리미티드 : 솔라크라운 등 AAA급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의 출시는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신작들에게 그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img.jpg 포르자 호라이즌 5를 벤치마크 하여 출시한 유비소프트의 더 크루 모터페스트 | 출처 : Epic Games



게임의 체급


물론 앞서 나열한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들은 모두 AAA게임이라는 대분류로 묶여 있지만, 게임의 마감과 전반적 퀄리티에 있어 포르자 호라이즌 5는 타 게임들과 체급이 다릅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5의 그래픽은 타 게임에 비해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심심한 편에 가깝습니다.

img.png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인게임 스크린숏
img.png 니드포스피드 : 언바운드의 인게임 플래시 사진 | 출처 : Eurogamer


부스터 시스템이 있어 시각적 도파민이 있는 더 크루 시리즈, 화려한 이펙트가 프랜차이즈의 상징이 되어버린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 비하면 굉장히 담백합니다. 하지만 이런 담백한 그래픽이 유저들의 니즈에 맞아떨어졌습니다. 오픈월드 레이싱게임은 서킷을 도는 모터스포츠 게임과 지향점이 다릅니다. 모터스포츠 게임의 지향점이 시간, 속도, 경쟁자,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면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의 지향점은 "드림카를 빠르게 운전한다"에 더 가깝습니다. "유저에게 최적의 자동차 운전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자동차 모델링부터 오픈월드 맵 모델링까지, 현실적으로 보이도록 공을 들였습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5 제작진은 상술한 그래픽뿐만 아니라, 사운드적인 요소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타 게임이 인위적이고, 공격적인 배기음을 통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유도할 때, 포르자 호라이즌 5는 활주로 하나를 통째로 빌려 실제 차량의 배기음을 녹음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qsrizplujs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사운드 녹음 과정 | 출처 : Youtube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그래픽과 사운드가 맞물려,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꿈"을 체험하는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미션 / 퀘스트 달성을 통해 레벨을 올리고, 레벨에 해당하는 보상을 얻는 배틀패스 시스템은 요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플레이해봤다면 생소한 개념이 아닐 것입니다. 배틀패스를 통한 BM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된 이후로는, 장르불문하고 수많은 게임이 비슷한 모델을 사용 중입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5도 배틀패스가 있습니다. 하지만,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는 배틀패스를 통해 수익을 내지 않습니다. 배틀패스는 게임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유저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며, 배틀패스와 관련된 어떠한 재화, 결제도 필요 없습니다.


img.jpg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배틀패스 화면 - 기아의 EV6가 월간 보상이다 | 출처 : Official Forza Community Forums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배틀패스는 4주마다 메인테마가 변경되고, 매주 새로운 미션 세트가 제공됩니다. 배틀패스 미션 클리어를 통해 얻은 포인트로 매주 차량과 재화를 제공하고, 4주간의 획득 포인트를 합산해 테마 보상까지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매주 새로운 콘텐츠와 함께 새로운 차량이 제공되는 것은 유저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미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의 기본기(그래픽, 사운드, 오픈월드)를 잘 만들어뒀기 때문에, 새로운 차량으로 오픈월드를 달리는 것이 유저들이 매주 게임에 접속해 지속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이어나갈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


이렇게 보면 포르자 호라이즌 5가 순항 중인 것 같지만,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라이브서비스가 성공적이라고 단언하긴 힘듭니다. 아래 표는 최근 3개월(2025년 1월 11일 기준) 포르자 호라이즌 4와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동시 접속자 그래프입니다.


img.png 파란색 : 포르자 호라이즌 4, 초록색 : 포르자 호라이즌 5 | 출처 : SteamDB


2018년 10월에 출시한 포르자 호라이즌 4가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개월 동안 거의 항상 포르자 호라이즌 5보다 더 많은 동시접속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5가 포르자 호라이즌 4 보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훨씬 진보한 최신 시리즈인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엔드게임 콘텐츠의 부재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동시접속자 그래프를 잘 보면, 7일 주기로 목요일에 접속자가 늘었다가, 목요일 전까지 하락하고 다시 목요일에 증가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img.png 포르자 호라이즌 5 일별 동시접속자 그래프 | 출처 : SteamDB


이는 앞서 말했던 배틀패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스토리나, 각종 미션을 모두 깬 플레이어가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요소는 매주 목요일 초기화 되는 미션과 신규 차량 보상밖에 없기 때문에, 목요일을 기준으로 유저가 이탈 / 복귀하게 됩니다. 즉, 포르자 호라이즌 5는 매주 추가되는 배틀패스 외에 유저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독려할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img.png 포르자 호라이즌 4 일별 동시접속자 그래프 | 출처 : SteamDB


반면, 포르자 호라이즌 4의 동시접속자 그래프는 일정 구간에서 포르자 호라이즌 5와 같은 양상을 보이긴 하나,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포르자 호라이즌 4에는 후속작에 없는 '랭크매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4의 경우 더 높은 티어에 대한 갈망이라는 지속적인 동기를 제공하는 반면, 포르자 호라이즌 5는 매주 목요일의 업데이트 말고는 강력한 플레이 동기부여 수단이 없습니다.



차량 간 밸런스 문제


포르자 호라이즌 5에도 별도의 랭크 책정 시스템은 없지만, 상대와 레이싱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작임에도 전작보다 동시접속자가 적다는 것은 이 콘텐츠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포르자 호라이즌 5의 오프로드 서킷 WR(세계 최고 기록) 타이밍과, 사용한 차량을 정리해 둔 시트입니다.


img.png Forza Horizon 5 : S2 Class Dirt circuit WR leaderboard | 출처 : snosaes


20개의 오프로드 서킷 중, 18개의 서킷의 최고 기록이 동일한 차량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서킷의 레이아웃과 관계없이, 어느 상황에서나 가장 좋은 소위 "메타"차량의 존재가 게임 내 밸런스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레이싱은 결국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느냐를 겨루는 행위입니다. 상대와 동등한 조건에서 싸워 이기려면 특정 차량을 타도록 강제되는 상황 자체가 유저들이 이 게임에 쉽게 질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


포르자 호라이즌 5가 가진 두 개의 큰 문제는, 레이싱 게임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서론에서 설명한 것처럼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아직 현세대 레이싱게임의 레퍼런스로써 많은 게임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엔드게임도 부실하고, 밸런스도 망가진 게임을 어떻게 출시 후 3년 동안 흥행 할 수 있게 만들었을까요?


등장 차량 수


3년간 매주 신규 차량을 출시하다 보니, 2025년 1월 11일 기준으로 포르자 호라이즌 5에는 총 894대의 차량이 있습니다. 전 세계 14개국의 1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있고, 1930년대 차량부터 2024년 출시 차량까지 수많은 종류의 차량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모든 차량을 5분씩만 타본다고 해도 단순 계산으로 75시간이 소요되고, 해당 차량들의 획득에 필요한 시간까지 생각해 보면 적어도 100시간 이상이 플레이타임이 보장되는 셈입니다. 몇 년 전, 현대에서 공개해서 화제가 된 N vision 74를 처음으로 정식 출시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img.jpg 현대 자동차의 차세대 스포츠카, N Vision 74 | 출처 : Hyundai Worldwide

다른 레이싱 게임에도 800개 이상의 차량을 사용 가능한 게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800개 이상의 정식 라이선스를 가진 차량을 제공하는 게임은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가 유일합니다. 경쟁작 중엔 더 크루 모터페스트가 600개로 그나마 가장 많은 차량 수를 가지고 있지만, 300대의 차이는 꽤 큽니다. 게다가, 더 크루 모터페스트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최신 차량이 1 ~ 2대씩 추가되지만, 포르자 호라이즌 5의 경우 매주 최신 차량이 추가되기 때문에, 차량 목록의 퀄리티도 차이가 있습니다.



물리엔진


앞서 포르자 호라이즌 5와 주로 비교했던 더 크루 모터페스트, 니드 포 스피드 언바운드는 아케이드(조작이 쉽고, 비현실적인) 계열 물리엔진을 사용합니다. 덕분에 초보자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고, 조금만 연습하면 화려하게 자동차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반면,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물리엔진인 ForzaTech는 비교적 현실적인 편입니다. 그 이유는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물리엔진 개발 과정에 있는데, ForzaTech원래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인 포르자 모터스포츠 7의 물리엔진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현실적인 주행감각을 목적으로 하는 물리엔진을 유저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정한 결과물이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물리엔진입니다.

img.jpg Forza Horizon 5 물리엔진의 출처, Forza Motorsports 7 대표이미지 | 출처 : Forza Support


결과적으로 물리엔진의 태생의 차이가 경쟁작들과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현실세계의 자동차는 관성에 의해, 주행 중 실시간으로 하중이 쏠리는 위치가 변하게 되고, 이를 하중이동이라고 표현합니다. 오늘날의 모터스포츠에서도 이러한 하중이동에 대한 개념은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개념 중 하나입니다.


img.jpg 코너를 도는 차량의 하중이 좌측 전방으로 쏠린 모습 / 출처 : Suspension Secrets

포르자 호라이즌 5의 물리엔진이 원래는 시뮬레이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포르자 호라이즌에는 하중이동의 개념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인 그래픽, 사운드와 맞물려 더 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는데 일조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이 현실적이기만 했다면 기존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유저(아케이드 성향 물리엔진에 익숙한 유저)들이 적응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흥행은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포르자 호라이즌 5는 여러 보조장치를 통해 유저들이 자신에게 맞는 세팅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는 성공적인 접근이었습니다.

img.png Forza Horizon 5의 다양한 난이도 조절 옵션


보조장치를 많이 사용할수록 조금씩 느려지지만 차를 몰기 쉽게 만드는 반면, 숙련자들은 보조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최대의 속도로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난이도와 속도의 증감 조절 방식을 차량의 출력(마력) 제한과 같은 단순한 방식이 아닌, 차량의 성능(접지력, 하중이동 속도, 변속 속도 등 현실에 기반한 요소)을 한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초심자와 숙련자 모두 만족시켰습니다.




마치며


앞선 글의 내용을 세줄로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라이트 하게 플레이 가능한 제작진의 다양한 배려
다양한 차량 지원을 통한 자동차 체험의 플랫폼
하지만, 엔드게임 콘텐츠 부재로 유저 이탈이 많은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프랜차이즈는 4번째 시리즈인 포르자 호라이즌 4가 나온 2018년부터 레이싱게임 카테고리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 중입니다. 하지만 레이싱 게임 시장의 크기가 타 장르에 비해 작은 편이기도 하고, 플레이그라운드 게임즈는 2024년에 포르자 모터스포츠 8을 출시하였으나,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제작사의 향방이 다음 출시 예정작인 포르자 호라이즌 6에 달려 있는 만큼, 다가오는 6월에 있을 Xbox game show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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