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울림을 줬던 성희롱 사건의 전말
01. 쇼츠의 시대
텍스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유튜브(YouTube)는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는 강력한 플랫폼이 되었다. 우리 스스로 취향의 안팎을 넘나들며 다양한 영상물을 탐험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자유로운 유영이 허락된 개인화된 공간에 끊임없는 욕망이 꿈틀 한다. 짧은 시간에 어떠한 경쟁도, 값을 치르는 소비 과정도 없이 눈과 귀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 가질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 매력적인 아지트가 된다.
쇼츠(Shorts)는 이미 유튜브에 길들여진 나와 같은 유저들의 니즈를 시시각각 만족시키는 최적의 콘텐츠가 되었다. 이윤 창출이 업의 목적인 사거입들은 고객의 만족을 넘어 감동으로, 그 감동이 주는 새로운 가치를 발판 삼아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싶어 한다. 그것이 가능하라면 고객의 경험과 습관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객이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유익한 경험을 바탕으로 충성도가 높아져야 하고, 니즈에 맞는 가치를 편리하게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영원히 유튜브와 구글의 사람이 된 것 같다. 쇼츠 없는 일상을 마비시킨 그들이 밉기도 하지만 열렬히 좋아한다. 원래 애증의 관계가 가장 중독적인 법이다.
02. 친절함은 건강함에서 나온다
가수 이적이 최근에 유튜브에 개설한《적:수다》라는 토크쇼가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원소윤 작가와 가수 선우정아가 출연하는 유튜브 방송으로 일상에 스며든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이 기획인 듯하다. 민망하지만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다. 연재되는 콘텐츠의 전체 영상을 본 적이 없다. 실상 본 것이라고는 어느 날 우연히 올라온 쇼츠 영상 몇 개뿐이다. 이렇게 전체 영상은 보지 않고 쇼츠 영상만 훑어보고 가버리는 이용자를 지칭하거나 그러한 행동 특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없을까 궁금했다. Chat-GPT5에 물어보니 '하이라이트 소비자'(Highlight consumers, 긴 맥락보다 짧게 편집된 하이라이트나 쇼츠만 즐기는 유형)로 부르거나 비판적인 뉘앙스를 담을 때는 '맥락 회피형 소비자(Context-Skipping Users)'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민망함이 창피함으로 번진다. 괜히 찾아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를 다시 돌려 우연히 올라온 쇼츠 영상을 보고 가슴에 팍 꽂히는 장면이 있었다. [친절함]에 관한 이야기였다. 친절함은 건강한 정신과 체력에서 나온다. 건강한 정신은 주변을 둘러보게 하고, 온전한 체력은 나를 둘러싼 관계와 일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을 이끈다. 그렇게 피어나는 따뜻한 말과 포용적인 태도는 타인을 일으키고 힘을 불어넣는다. 나의 친절함은 상대를 향한 존중이고 다정함을 원하는 하나의 신호이다. 우리는 누구도 함부로 취급받는 걸 원하지 않는다. 조심스러운 언행과 올바른 관계를 염원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고자 하는 본능이라 생각한다. 친절함에 대한 토크를 이어가던 중 원소윤 작가가 맞장구를 친다. 자신도 부지런하고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는 사람이 남한테 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자신에게 가장 다정한 존재는 단연 GPT였다고 말했다. 순간 입술이 벌어지면서 '풋'하는 소리와 함께 웃어버렸다. 코미디언의 유머 감각이나 재치는 분명 신이 주신 선물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생각에 동감했다.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다는 건 내 마음의 여유가 있고, 내 삶을 지탱하는 많은 것들이 오늘 하루도 나를 응원해 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내가 행복함을 느끼기에, 그리고 기꺼이 집 밖을 나가면 닥쳐올 여러 일들을 견뎌낼 힘이 있기에 상대가 누구든 날이 선 모습보다 낮고 선(善)한 모습으로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쇼츠 영상물이 하나 더 올라왔다. 이번에는 [친절함]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이 친절을 강요받거나 구조적으로 친절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 "친절을 베풀면 그것을 약한 존재라 여기는 태도가 있다."는 말에 또 한 번 공감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느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종종 자신이 갖고 있는 장애를 소재로 블랙 코미디를 보여주곤 하는데, 그 사람은 그 말을 반대로 나의 약함을 친절로 오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한다. 순간 어떠한 마음의 준비나 각오도 하지 않았는데 온전히 그 문장들이 가슴 곳곳에 또렷하게 새겨지는 기분을 느꼈다.
03. 약한 존재가 만들어 낸 용기
< 사건의 발단 >
6년 전 일이다. 나는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었고, 고충상담원 역할을 겸직하고 있었다. 보통의 날처럼 평소에 자주 얘기를 나누던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있었다. 식사 도중 한 직원이 말한다. "이거 성희롱 아니에요?", 노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귀가 쫑긋해졌지만 대화에 끼지 않고 듣기로 했다. 무엇이든 자초지종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니, 가정도 있는 사람이 왜 자꾸 카톡을 하는 거예요? 자기가 어디를 갔든 무엇을 먹든 자꾸 사진 보내고, 말 걸고, 무슨 남자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야.", "부장님은 모르는 거죠? 하긴 터놓고 얘기할 수가 없겠지.", 여기서 가정이 있는 사람은 50대를 바라보는 남자 차장이었고, 터놓고 얘기를 할 수 없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20대의 미혼 여성으로 연말에 있을 정규직 전환 평가를 받게 될 계약직원이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났다. 이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어디까지 피해가 미쳤는지, 누가 알고 있는지 나아가긴 어려웠다.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인권침해 행위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신고가 없이는 정식 조사를 개시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이 있다. 우리 법(남녀고용평등법)은 신고에 따른 것뿐만 아니라 사업주가 이러한 피해 혐의를 인지한 경우에도 사실관계를 조사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입법자의 뜻은 그러하나 현실의 직장생활에서 그런 의무를 지키는 곳은 잘 없다. 세상 어느 조직이 조직 내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을 자처하고 무작정 나설까? 다른 민간기업에 비해 윤리경영, 준법경영을 강조하고 정부의 권고에 따라 이를 구체적인 제도와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할 공공기관조차 그런 적극성을 선뜻 발휘하기는 어렵다.
늦은 오후가 되었을 무렵, 그 이야기를 꺼냈던 직원이 나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과장님이 한번 상담해 보시는 건 어때요? 옆에서 보니까 많이 힘들어하는 눈치더라고요. 저희가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어요.", 나는 답했다. "옆에서 보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느껴지는 일이 있었나 보군요. 내가 S를 만나볼게요. 그전에 S에게 연락을 해서 고충상담원 분께서 너의 사정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더라. 그래서 면담을 요청할 것 같다고 말을 해주세요."
< S의 눈물 >
S는 두렵고 당황한 기색이었다. 소파에 마주 앉은 우리를 둘러싼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S는 차분히 물을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S를 향해 먼저 말을 걸었다. "갑자기 뵙자고 해서 많이 놀라셨겠어요. 혹시 아실진 모르지만, 저는 직원의 고충을 알거나 신고를 받게 될 경우 일차적으로 상담을 하는 상담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연히 S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다 알진 못합니다. 그래서 S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기에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S의 마음 안에 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서로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저한테 내어 주셨으면 해서요. 꼭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든, 제3의 곳이든 상관없으니 S가 가장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끼는 시간과 공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면 해요."
S는 "들으셨어요? 제가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 앞에 앉아 있는 과장님을 믿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제가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을 말을 해도 될지, 말을 하면 이 조직이 저한테 무엇을 해 줄 수는 있는지, 또 제가 원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저는 어떻게 되는지 모든 것들이 감이 오질 않아요. 아시잖아요. 저한테는 중요한 평가가 있어요. 지금 일을 키워서 저한테 해가 되는 일이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S는 그 말을 뱉고 나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담아왔던 고통을 쏟아내는 듯했다. 그 눈물은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었다. 힘들지만 버틸 수 있다는 자신과 참지 않고 맞서 싸워야겠다는 자신의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까? 내가 함부로 위로하고 공감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S의 선택과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상담원으로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뿐이었다. 다만, 그 갈등 속에는 '내가 용기를 내도 되는 것인지' 묻는 과정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상담원으로서 해야 할 말들을 전한 후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건 저의 이야기예요. 온전히 제 개인의 경험인데요. 인생을 살면서 어떠한 선택을 할 때마다 지금까지 일궈온 것과 단절되는 걸 피했어요. 내가 늘 거쳐왔고, 또 비슷하게 지나갈 수 있는 경로에 나를 두어야만 안심이 되었어요. 하지만 그런 선택의 뒤에는 후회가 많이 남았습니다. 나는 용기를 내고 싶은 순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에도 늘 해왔던 선택을 또 했으니까요. 결국 내가 나를 외면해 버린 거죠. S님 안에 울려 퍼지는 마음의 소리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걸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조력자의 등장 >
주말이 지나 다시 S를 만났다. S는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았다. P는 S가 입사한 후부터 줄곧 S에게 개인적인 카카오톡 메시지와 일상의 사진들을 보내왔다. 아침 출근 전, 출근하고 나서, 퇴근 후에, 주말에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S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든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했다. 가끔은 'OO공주 지금 뭐 하고 있어?', '나 지금 OO 왔는데 내 모습 어때? S도 이거 좋아해?', '이번에 영화 OO가 개봉했는데, S는 봤어? 지금 S는 친구랑 있어?'와 같은 메시지를 보내며 연인이 된 것처럼, 아니면 연인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이러한 P의 행위를 조금 떨어져 보면, S를 감시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S는 직속 상사이자 팀에서 관련된 일을 하는 유일한 선배인 P에게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가 욕설을 하거나 별다른 폭언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되는 연락과 시시콜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자 하는 태도는 직장 동료 사이에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섰다고 느꼈다고 한다. S는 계속되는 전화와 메시지에 어떠한 말로도 거부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다 보니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였고, 심리적인 불안감이 커지며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다녀온 진료 기록들은 1년 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S는 신고만큼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신고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고, 업무적으로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신고를 하게 되면 퇴사 수순을 밟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자신이 바라는 건 업무를 바꾸거나 부서를 바꾸는 것인데, 특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된 만큼 갈 곳도 없다는 사실에 비참함을 느꼈으리라. 그래서 S는 혹시 이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조직에 떳떳하게 말하기 위해 야간 학교도 다니고 자격증도 취득하며 나름의 커리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S가 지내온 삶을 상상하며 속이 참 단단하고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역경이 파도처럼 밀려왔을 때, 힘없이 쓰러지는 사람도 많은데 S는 거대한 풍파를 오롯이 자신만의 힘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S에게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행위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의 의사에 따라 정식 조사가 개시될 수 있고, 아니면 약식으로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피해를 가하고 있는 행위의 중단이나 사과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피해 사건으로 접수되어 조사가 진행된다면 S님의 요청이나 직권으로 유급휴가를 보내드릴 수도 있고, 기타 필요한 보호조치를 발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차원에서 S님을 보호하고, 그동안 입은 피해에 대한 행위자의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S님의 의지로 약식 조사든 정식 조사든 본인께서 피해를 먼저 주장하시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만약 본인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크다면 제3자를 통한 신고도 가능합니다. 이 부분을 한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그렇게 S와 헤어진 후, 남은 업무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S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일을 하면서도 이 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앞다퉈 예측하긴 어려웠다.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업무를 하던 도중 조직 내 의사소통 채널 중 하나인 여직원회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S 소식 들었어요. 소문이 꽤 났던데? 노조는 알고 있어요?", "S는 노조원이 아닙니다. 그리고 성희롱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사건과 관련한 불필요한 소문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걸 막고, S를 비롯한 당사자 모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보안을 유지하면서 진행되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또 이런 유형의 사건을 조사할 의무는 회사에 있지 노조에 있는 건 아닙니다.", 회장은 단호히 말했다. "여직원회 이름으로 신고할 거예요. 직급도 높은 차장이나 되는 사람이 계약직 애한테 그래도 돼요?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요. 탄원서도 쓸 테니 그렇게 아세요." S로부터 시작이 되었든, 누군가의 제보로 시작이 되었든 여직원회가 등장하며 이 사건은 정식 조사 단계로 넘어갔다. 이 모든 과정을 보고 받고 있던 인사부장은 결국 순리대로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조사 과정이 진행될 테니 무엇보다 절차적인 부분을 신경 쓰자고 당부했다.
<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노사공동위원회 >
여직원회를 대리인으로 한 제3자 신고서가 접수되었다. 그렇게 정식 조사 절차에 돌입했다. 나는 고충상담원으로서 신고서, 신고인 면담 및 면담 시 제출받은 증거서류를 정리하여 이를 노사공동위원회에 넘겼다. 내가 노사공동위원회의 간사였기 때문에 내가 나한테 넘긴 셈이다. 노사공동위원회는 4명의 내부위원과 2명의 외부위원으로 총 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정확히는 위원장 1명과 위원 5명이 되는 셈이다. 내부위원 4명은 사측이 추천한 2명과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조합원 2명을 위촉한다. 그리고 외부위원 2명은 1명의 노무사와 1명의 성폭력 예방교육 전문가를 위촉했다. 위원장은 첫 위원회 개최 시 위원 간에 호선하여 정하기로 했는데, 위원이 되는 것도 꺼려했던 내부위원들은 당연히 전문가가 위원이 되어야 한다며 외부위원 중에 위원장이 될 것을 제안했다. 외부위원 2명 모두 20년 이상의 베테랑이었지만, 이 사건이 앞으로 전개될 양상을 고려할 때, 법적 이슈가 맞물릴 게 뻔했고, 그럴 경우 사건을 처리하는 기록 모두가 입증서류가 될 수 있기에 노동관계법률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노무사를 위원장으로 앉히게 되었다.
내부위원 4명의 면면을 보면 남성 3명에 여성 1명이었다. 그리고 남성 3명은 사건 기록을 읽는 내내 어리둥절했다. P가 S한테 신체적인 접촉을 했거나 상스러운 성적 표현을 사용하며 S를 괴롭힌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신고될 사건인지 의문을 가졌다. 노동조합 추천으로 위촉된 남성 조합원은 P와 S모두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의견을 내기보다는 사측 위원들의 동태를 살피려 했다. 계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사건 자체가 크게 다룰 것이 없다는 웅성거림을 깨고 나온 건 여성위원이었다.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도 아니니까 지레 판단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위원분들과 논의하기 전에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과 법률 같은 것들을 살펴봤는데 반드시 성적인 언동이 아니더라도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인 무엇을 연상케 할 만큼 혐오나 수치심을 줬거나 그것이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 입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이더라고요.", 내부위원 간에는 이렇다 할 중지를 모으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일부 위원들은 나를 따로 불러 내부위원끼리 다수결로 의견을 모으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것 또한 위원장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지 섣불리 또 다른 Rule을 위원회 차원에서, 그것도 내부위원이라는 이유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정리했다. 그들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의도와 서로의 입장 차이가 만드는 의견의 대립이 이 사건의 처리 과정을 어렵게 만들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 성별 대립으로 번지다 >
선임된 위원장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 판단함에 있어 두 가지에 중점을 뒀다. 하나는 S가 P에 대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행위 전부에 대하여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 서류와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한 후, P가 보인 행위 건별에 대하여 성희롱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당사자 관계인 S와 P의 주변 참고인을 통해 이 사안을 둘러싼 배경과 실제 S가 P와의 관계 및 P가 행위했던 것들에 대해 어떠한 심경이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조사의 순서는 P와 S 각각의 주장과 관련한 참고인 진술, 당사자인 P와 S에 대한 당사자 진술로 이어졌다. P와 S와 관련한 참고인 진술은 천차만별이었다. P는 주변에 친한 남성 동료들을 불러 모았고, 남성 동료들은 "그 정도는 친분관계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대화 정도로 봐야지 무슨 직장 내 성희롱이냐", "그렇게 싫었으면 S가 P한테 싫다고 거부했으면 되는데 S는 정작 답변은 잘하면서 싫은 내색 한번 안 했다." 등 P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S의 참고인들은 각기 다른 양상이었다. 한 참고인은 S가 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색 한번 안 해서 친한 동료로서 정말 미안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또 다른 참고인이었던, 그러니까 문제의 점심식사에서 S의 피해 사실을 최초로 나에게 말했던 사람은 막상 참고인 진술에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나는 P와도 친분이 있고, S와도 친분이 있다." 정도로 피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참고인 진술은 계획대로 끝이 났는데 그 이후부터 문제였다. 블라인드가 뜨거워진 것이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뭉쳐서 부딪혔다. 참고인 진술 전에 신신당부했던 비밀유지의무가 산산조각 났다. 익명성 뒤에 숨는 블라인드 플레이는 의도와 편을 갖춘 세력 간의 다툼에서 최고의 무대 같았다. S에게 너무 미안했다. S가 어렵게 꺼내든 용기의 깃발이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광경으로 보였다. 퇴근 시간 이후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S의 사건을 둘러싼 성별 대립과 논쟁도 수면욕구 앞에서는 알아서 잠들었다. 다음날 출근길 내내 긴장했다. S가 신고를 취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전개될 일들이 지금까지 버텼던 것들보다 고통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드러난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저 깊이 보이지도 않는 다수의 여론 플레이 빌런들보다 수월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S가 출근해서 보는 사람마다 의심을 하고, 더 눈치를 보게 될 수도 있는데 과연 그 모든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S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 "과장님, 제가 지난번 드렸던 증거 자료 외에 추가로 제출할 것들을 정리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내드리면 될까요?", S의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 성희롱인가 괴롭힘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
P와 S의 당사자 진술 과정은 외부 전문가인 노무사와 여성 성폭력 예방 교육 전문가 분께서 전담했다. 둘은 각 당사자에 대하여 1시간 30분 정도 밀도 높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이렇게 당사자 및 참고인 진술과 S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서류, 그동안 다녔던 병원 진료 기록서 등을 종합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직장 내 성희롱의 인정 여부를 심의하는 단계만 남았다. 그런데 위원장이었던 노무사께서 전화가 왔다. "미팅 좀 했으면 합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노무사님은 이 사건의 변수가 있다고 말했다.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외부 전문가인 노무사님과 여성 성폭력 예방 교육 전문가님의 의견이 달랐다는 점이다. 노무사님은 이 사건과 관련한 사건 기록에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밝히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성립 요건이 충족되는 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성적 언동'이 있었는지의 여부인데, 남녀 간의 Sexual 한 육체적 성관계를 연상할 만한 행위 양태가 보이지 않은 점에서 우리 법에서 말하는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인정되긴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성적 언동이 수반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주관적 인식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여성 전문가께서는 성적 언동이라는 법적 개념에 해당하는 징표만을 볼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특히 P가 S에게 1년 6개월가량 보였던 행위를 보면, 본인 스스로도 어떠한 언행이 명백히 문제 될 것을 알기에 그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 성적 언동과 같은 분명한 표현을 하지 않은 것뿐이지, 사실은 S가 좀 더 적극적인 표현으로 P에 화답했다면 지금처럼 유사 연인관계를 더욱 강화된 형태로 가스라이팅했거나, 명백한 선을 넘을 수도 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었다. 노무사님은 위원회의 표결 방식에 따라 의결정족이 이뤄지면 그대로 그 결과를 최종 인사위원회에 넘기면 될 일이지만, 이 사건 심의 기록에서는 다수 의견과 별개 의견을 모두 적시하는 것이 좋기에 상세하게 말씀을 주신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변수는 이 사건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우리가 생각을 해야 될 부분이 바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이라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계속되어 온 행위이고, 이 사건 신고 이후에도 P는 S에 대하여 유사한 행위를 지속되었다고 말씀하시면서 P의 행위는 명백히 S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보았다. "그 말씀은 이 사건이 직장 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모두에 대하여 안건을 삼아 심의를 해야 된다는 말인가요? 제3자 신고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건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건을 말씀하신 방향으로 진행하려면 S의 의사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사님은 그렇지 않아도 당사자 진술 단계에서 S에게 설명을 했고, S는 그런 법이 있는지 몰랐다며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도 신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다소 걱정이 되었다. 이 사건 신고 시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이 시행된 이후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축적된 법리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부족했다. 또한, 법률의 개정은 기본적으로 입법불소급 원칙이기 때문에 개정 법률 시행 이전의 행위에 대하여는 개정 법률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게 된다. 그 말은 S가 1년 6개월가량 입었던 피해 전부를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로서 반영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었을 경우 S가 과연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려가 되었다. 노무사님과 외부 전문가 분은 내가 우려하는 부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① 이 사건은 정규직으로서 직급이 높은 P가 계약직 신분에 있는 직급이 낮은 S를 대상으로 1년 6개월가량 업무시간 외 수차례 연락을 했고, 마치 연인 행세를 하듯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S에 대한 성차별적인 또는 성고정관념에 비롯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점, ② 이 사건 신고 이전부터 그러한 괴롭힘 행위는 지속되었으나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 법률의 시행 시점을 고려할 때, 2019년 7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행위에 대하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하고, 2019년 7월 16일 이전에 이뤄진 행위에 대하여는 당사의 인권경영규정에 따른 인권침해 행위로 인정한다는 점, ③ 다만 이 사건 행위 모두가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하여졌다는 점에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관한 징계 양정에서 참작하는 사정으로 반영한다는 점, ④ 동 사건은 당사에 일어난 최초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그 행위 양태가 중하다고 보기 때문에 기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지침에서 정하는 징계 양정 시의 무관용 원칙(Zero-tolerance Policy)을 준용한다는 점, ⑤ S가 요구하고 있는 P와의 업무상 및 공간상의 분리 조치에 대하여 그것이 당사가 조치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점, ⑥ 이 사건 노사공동위원회의 외부위원은 여성 성폭력 예방 교육 전문가는 이 사건 P의 행위에 대하여 직접적인 성적 언동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나, 기타 성희롱의 영역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는 별개 의견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었다.
< 막을 내리기까지 >
이 사건에 대한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가 열리는 날, 위원장인 노무사님과 여성 전문가 위원은 우선 내부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류를 부탁했다. 외부위원들의 권위나 전문성에 기대어 내부위원들이 갖고 있는 양심에 따른 판단이 흐트러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각 내부위원의 의견 교류가 끝나고, 외부위원들이 심의한 내용 및 심의와 관련한 다양한 법리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거쳤다. 마지막으로 최종 심의가 이뤄졌고 S에 대한 P의 행위는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불인정],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는 전부 인정]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게 노사공동위원회의 최종 심의 결과 보고서가 인사위원회로 이관이 되었고, 예정대로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었지만 정회를 거듭하며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는 것에 선뜻 손을 드는 위원들이 없었다. 그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법에서 말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는 위원들도 없었으며, 이 사건을 조명할 만한 또는 비교할 만한 판례나 해석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한 달 뒤에 재차 이뤄진 인사위원회에서는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전부 반영함으로써 이 사건은 막을 내렸고, P는 이 회사에서는 최초로 가장 강한 수준의 징계를 받게 되었다. P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많은 소명을 했다. 회사에 대한 죄송함, 차장으로서 보였던 불량한 행동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현재 직급이나 맡고 있는 일을 떼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일을 맡았을 때 겪게 될 어려움, 아울러 집안의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입장에서 중한 징계가 나왔을 때 겪게 될 집안 사정 등을 호소했다. 아쉽게도 거기에 S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04. S에게
이 사건 결과를 S에게 전했다. S는 P가 받은 징계 결과에 대해서 덤덤히 들었다. 다소의 실망을 보이긴 했지만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별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차분히 그리고 나의 눈을 바라보며 듣기만 했다. 결과를 전하고 나서 S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다른 어떤 말보다 이런저런 일들로 길어진 점에 대해서 담당자로서 미안했고, 개인의 사건이 조직 전체에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해 2차 피해를 받게 된 점에 대해서는 그저 나의 책임이 크다는 말로 끝을 냈다. S는 전보다 의젓하고 강단 있는 눈빛으로 자신이 겪은 일을 반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중에 저와 똑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 나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하고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참에 노무사 공부를 해볼까 해요. 제가 더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졌어요.", 그게 S를 마주했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는 그 일이 있은 후 몇 년 뒤에 퇴사를 했다. S가 어디에 있건 어느 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건 당신은 어리고 약했던 사람이 아니라 누구보다 강하고 뚝심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어쩌면 당신 덕분에 나는 어설프지 않게 일할 수 있었고, 올곧게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던 것 같다.
✨ 이 글에서 나온 용어 중에 두 가지만 정리하고 싶다.
첫째는 [중한 징계]에 대한 것이다. 징계는 바꿔 말하면 '직장에서 근로자에게 내리는 벌'이다. 우리 법(근로기준법)은 사업주에게 마치 법규범과 같은 성질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근로자 전체에 대해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준칙을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러한 취업규칙은 명칭의 무엇이 되었든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대해 몇 가지 필수적으로 정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징계에 관한 것이다. 보통 민간기업의 경우 징계의 정도를 정할 때 [견책], [감봉], [정직], [해고]의 순으로 정한다. [견책]은 경위서를 받고 꾸짖는 것, [감봉]은 월급의 일부를 일정 기간 동안 감액하는 것(법에서는 감액 수준에 제한을 둔다), [정직]은 일정기간 동안 출근을 정지하고, 출근이 정지된 기간 동안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 [해고]는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해지하는 것을 말한다. [중한 징계]의 수준은 저마다 다르게 느낀다. 결국 징계를 받는 자 입장에서 가혹하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인식이 중함의 정도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견책]을 받아도 노동위원회에 부당한 징계라 주장하며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둘째는 [무관용 원칙]이다. 내가 공공기관에 다닐 때와 일반 기업에 다닐 때 이 원칙의 적용을 두고 각기 달라서 놀랐던 점이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징계 사유가 몇 가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이다. 만약 공공기관 근로자가 직장 내 성희롱 행위가 인정되어 징계를 받을 경우 다른 어떠한 징계 사유보다 징계 양정의 수준이 높게 시작한다. 예를 들어 어떠한 비위의 정도가 경미하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이지 않은 경우 [견책]부터 양정 구간이 형성되지만, 직장 내 성희롱 행위가 징계 사유라면 [감봉]부터 양정 구간이 형성되는 것이다. 즉, 아무리 행위가 경미하고 일회적이라고 할지라도 직장 내 성희롱 행위로 인정된다면 최소한 [감봉]부터 받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감봉]부터 징계를 받는다고 할 때, 인사위원회는 그 사람이 그동안 보였던 공적이나 인사위원회에 소명하는 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개전의 정'이라는 요소를 가미한다. 즉, 이 사람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거나 그동안 기관에 기여한 정도가 크다면 징계 양정 수준을 낮춰주는 것이다. 무관용 원칙은 그러한 개전의 정을 배척한다. 개전의 정과 무관하게 직장 내 성희롱 행위는 다른 비위에 비해 강도 높게 다룬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내가 겪었던 기업은 무관용 원칙을 규정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아예 적용을 안 하거나 적용을 한다고 해도 개전의 정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어 조금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