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당신이었기에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둘러싸여 점심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신은 지난번 가졌던 글쓰기 모임의 주제를 이야기했다. "다음에는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은가?"였다. 주제를 들으며 왠지 당신이라면 '달'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당신은 많이 놀라며 정말 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신이 되고 싶은 달과 내가 생각했던 달은 같은 모습의 것일까, 괜한 웃음을 지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달이 밝은 날에 소원을 빌곤 한다. 근데 그것 말고도 가끔 달을 본다. 특히, 힘든 일을 겪고 난 후나 설레는 일들이 있는 날에 멀뚱히 달을 보는 게 취미다. 눈물이 날 것도 같고, 가슴이 쓰릴 때도 있으며 다 보고 난 후에는 묵직한 한숨과 함께 무언가 정리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래서 달은 나에게 '묘한 주문' 같다. 삶의 여러 단면을 알맞게 정리해주는 '마법', 어쩌면 그 마법이 당신에게도 통했으면 했다.
그리고 당신이 달이 되어 내게 마법을 보여주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했다. 그럼 나는 소원을 빌고 싶을 때, 힘든 일이 있을 때, 설레는 일이 있을 때 언제나 당신과 가까이 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 사실 그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실현될 수 없는 일이잖아.
누군가를 소유하려는 욕심을 버린 지 오래되었다. 사람을 탐하고 쟁취하려다 아팠던 적도 있었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욕심내지 않을 때 더 많은 것을 바라보고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분명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당신의 많은 것들을 담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었으며 품고 싶었다.
그건 어느 날에 당신이 가진 아픔을 반으로 더는 일이었고, 당신의 어깨 위에 올려 놓은 짐을 내려놓는 일이었으며 대신 희망을 교환하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과 마음이 무럭무럭 커졌다. 이젠 당신을 '달'로 채워버렸다.
어느 날뿐 아니라 꽤 자주, 밤에 고개를 들면 당신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더 아프지 않길 기도한다. 어디에 있든 희망을 쏘곤 했고, 잠이 들 때면 생각이 켜진 당신의 밤을 같이 지새우기도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