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몇 번이나 욕심을 부려봤을까.
살아온 날들의 발자국을 몇 개나 남겨놨을까.
지난한 세월이 글감으로써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깨달은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고독하면서도 기꺼운 일이다.
그 순간을 누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복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복을 쥐어준 자, 반드시 그리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자.
곁에 있음에도, 소설을 쓰는 순간, 나는 오롯이 길을 걷는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아득한 그리움이었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까마득한 두려움이었다.
나는 물이 두렵다. 수영도 할 줄 모른다. 그럼에도 바다를 사랑한다.
사랑을 모른다. 그럼에도 너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는 너를 사랑한다.
나의 글 속에 너는 없다.
없어야 마땅하다.
나의 글은 지독한 어둠이다.
그 속에 어느 날 네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필시 나의 삶이 몰락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파고드는 쉼표와 물음표의 연속. 그 끝에 온점이 있다.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쓰는 마음을 이어간다.
네가 온점에 도달하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