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by 필경

브런치에 마지막 게시글 이후로 몇 개월 만에 흔적을 남긴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왔을까.

지역 도서관에서 소설 쓰기 강좌를 수강하고 단편소설을 썼다.

습작은 형편없었다. 작법도 모르고 어휘력은 부족하니 어설픈 흉내만 내고야 말았다.


종강 이후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핸드폰 연습장에 끄적였다. 각 장면들을 쓴 다음 순서를 바꿔보기도 하면서 재배치했다. 초고만 쓰다 끝.

초고를 쓰다만 작품들도 수두룩했다. 끈기가 부족했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작법서들을 읽고 적용할 것들을 옮겨 적었다. 작품에 적용할 작법들을 숙지한 후 퇴고작업을 했다. 이상한 점은 그런 작업을 거칠수록 피부에 와닿는 부족함을 외면할 길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필사 후 맘에 드는 문장을 내 스타일 대로 바꿔보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쓰고자 했던 내용을 다른 작가는 어떻게 썼는지 밑줄을 그어가며 비교했다.

투박한 나의 문장과 유명 작가들의 정제된 문장들.

나는 한참 멀었구나. 어디서부터 다시 손을 대야 할까.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고뇌가 깊어졌다.


글쓰기 수업과 스터디를 찾아봤다. 내 눈에만 꽁꽁 숨은 것인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입안의 침이 말라갔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넌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부끄럽지만, 나는 그때마다 타 작가들의 작가노트를 읽었다. 그들도 글을 쓰면서 매일 갈아엎기를 반복하고, 모니터 앞에서 어깨를 부여잡고 운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조금은 위안을 얻었다. 훌륭한 작가들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는데 하물며 나는. 더 하면 더 했지. 지금껏 너 잘 버티고 있다,라고 위로했다.


브런치.

명함 없는 작가 지망생에게 글 쓸 기회를 준 공간. '작가'님이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작가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한껏 고양된 분위기에 취하곤 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주는 단어, 작가님.

이 단어 속에 내포된 힘이 나를 얼마나 뭉클하게 하는지, 응원하는지 사람들은 알까.


수많은 이야기가 매일 오가는 이곳에서 나는 다시 시작하려 한다. 더는 미련하고 조급한 상태에 머물지 않으려.

결국, 써야 한다는 걸 안다.

어쩌면 나는 전공자가 아니라서, 시간이 부족해서, 실력이 부족해서라는 핑계들을 대가며 약한 모습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인정하자. 머릿속을 비우고 쓰자.

혹한기 시절은 이제부터 시작일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봄은 올 테지.

Ava Max의 Kings & Queens의 노랫말처럼 샴페인을 터뜨리고 축배를 들 날은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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