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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시헌 Aug 04. 2024

Leon the professional(1994) 리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선수 김예지를 보고 생각나서 씀. 

  Sting의 Shape of my heart라는 엔딩 크레딧 곡으로 유명한  <레옹>은 거장 뤽 베송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이미 고전이 되어 버렸고 너무나도 많은 비평과 코멘트가 달려 있으며, 레옹이 쓰던 선글라스와 모자의 조화는 상징적인 패션이 되었다. 나 또한 이 영화를 최소 3번은 보았고, 앞으로도 더 보게 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 마틸다를 닮아 <레옹>을 오늘 다시 보게 만든 우리 은메달리스트 카리스마 넘치는 김예지 선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레옹>은 살인 청부업자 레옹이 마약상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마틸다를 맡게 되면서 친해지나 결국에는 마약상에게 공격을 당해 죽고 마틸다만 살아남아 어느 학교에 정착하게 된다는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마틸다의 아버지와 마약상들, 언니와 어머니의 대화를 제외하면, 레옹과 마틸다의 대화 또한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카메라 구도나, 독특한 색감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뛰어난 연출이 돋보이기 때문에 영화가 지루하거나 뻔하다고 느낄 틈이 없이 전개된다. 그리고 그런 연출은 등장인물 각각의 감정을 드러낸다기 보다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분위기나 정서를 강조하는 데에 쓰인다. 가족을 잃은 마틸다의 슬픔과 레옹이 느끼던 삶의 권태가 서로의 빈 부분을 채워 주면서 치유되는 감정의 전환이 이어지는 모습은 이러한 배경 속에 그려진다.


  영화의 초반부, 담배를 피우던 마틸다와 레옹이 마주치는 장면을 보면 마틸다가 "삶은 언제나 이렇게 힘든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이렇게 힘든가요?" 라고 레옹에게 묻는다. 레옹은 "Always like this. 늘 그래"라고 무심히 대답을 하지만 마틸다의 얼굴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는 걱정을 한다. 


  소녀와 어른을 대비시키는 듯한 이 장면은 사실 가족들에게 구박받고 학대당하는 마틸다가 느끼는 삶이 레옹의 삶과 모종의 일치를 이룬다는 것을 암시한다. 단지 마틸다가 레옹만큼 오래 살지 않았다 뿐이지 늘 어딘가 불안한 상태로 살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불안한 감정을 보살피기 위해 레옹은 식물을 하나 키운다. 마틸다와의 대화만 보더라도 레옹은 이 식물을 무척 아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틸다:아저씨는 그 식물을 정말 좋아하네요.

-레옹: 얘는 내 베스트프렌드야. 늘 행복하고, 질문도 없고. 그리고 나와도 같아, 뿌리가 없으니까.


레옹은 뿌리가 없는 화분의 식물을 자기 자신에게 비유하면서 마음 둘 곳 없는 상태를 식물에게 이입한 것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마틸다의 대답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마틸다: 만약 아저씨가 그 식물을 진심으로 사랑하신다면, 공원에다가 그 식물을 심어서 뿌리를 내리게 해주어야죠.


  마틸다는 단순히 마음 둘 곳 없는 자신을 다른 무엇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이 정착할 곳을 스스로 찾고 싶어했던 것이다. 마틸다가 레옹에게 바랬던 것도 자신을 암살자로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의지할 곳이 되어달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미션을 수동적으로만 받아왔던 레옹에게는 발상의 전환이었을 것이다. 레옹은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온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근원으로서의 뿌리를 지니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지만, 마틸다는 근원으로서의 뿌리가 아니라 정착으로서의 뿌리내림을 지향함으로서 영화의 본질적인 주제를 드러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레옹이 죽은 후 어느 학교에서 살게 된 마틸다는 죽은 4살 남동생의 애착인형을 옆에 두고 레옹의 식물을 학교 마당에 심는다. 죽은 4살짜리 남동생은 자신의 애착인형을 통해 누나에게 기억되겠지만, 레옹의 식물이 뿌리를 내리듯이 레옹의 영혼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마틸다와 함께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삶과 죽음에서 인간은 마틸다와 레옹처럼 "언제나" 표류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평화롭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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