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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시헌 Jul 29. 2024

주술회전의 열쇠: 나약한 인간, 이타도리 유우지

<주술회전의 이상적인 결말> 조회수 2000회 기념

  자, 다시 문제의식으로 들어가보자. 앞선 글에서 필자는 주령이 원초적인 욕망에서 기인했다는 만화의 설정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이 이성적 존재로서 이에 대항하는 것이 주술회전의 근본적인 설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주령들이 욕망했던 것은, 료멘 스쿠나를 부활시키려 한 까닭은 인간의 자리에 서는 것이었으며 원초적인 욕망이 이성을 넘어서 진정한 인간의 본성으로서 인정받기를 바랬던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료멘 스쿠나가 부활한 이후에는 오직 혼란과 학살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스쿠나는 자신이 이미 힘의 정점에 이른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인간의 자리를 탐할 이유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았다. 만일 인정을 받아야 할 입장이 있다면 그것은 차라리 인간인 쪽에 가까웠으리라. 과거에 이어서 현재의 인간은 과연 얼마나 발전하였는가?

  그 결과는 고죠 사토루와 료멘 스쿠나와의 대전에서 드러났다. 천재,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던 고죠 사토루는 죽었다. 고죠는 죽은 후 앞서 세상을 떠난 게토와의 대화에서 스쿠나에게 힘만이 전부인 세상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의 스쿠나는 사토루를 그저 범부 정도로 정의를 내리고 다음 전투로 옮겨간다. 이 장면은 원초적 욕망의 힘이 인간의 이성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성에 대한 좌절을 상징한다.

  그리고 수많은 강자들이 료멘 스쿠나에게 "도전"했지만 하나같이 죽거나 리타이어했을 뿐이다. 마침내  주인공인 이타도리가 각성한 순간 옷코츠 유타가 참전했지만 전의 글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료멘 스쿠나와 전투를 벌인다. 그렇게 이타도리의 존재감이 또다시 흐릿해질 무렵, 옷코츠가 리타이어하고 마침내 이타도리가 료멘 스쿠나와 홀로 대치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활약이 한 번도 없었던 이타도리가 이제야 료멘 스쿠나와 대면하는 것인가? 그동안 희생된 등장인물들은 어쩌고 이타도리가 숟가락만 얹게 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일까? 여러분은 이타도리가 각성하기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이타도리는 "사람을 구하라"라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들었지만 이에 대해서 명확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스쿠나의 손가락을 먹은 후 주태구상도와 만나고 스스로의 정체에 점점 가까이 다가갈 수록 자신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게다가 자신의 친한 친구들마저도 구하지 못한 채로 무기력하게 스쿠나의 학살을 바라만 보아야만 했던 이타도리는 할아버지의 유언조차도 지키지 못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간다. 

  이 만화는 처음부터 저주의 되물림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고 소개된 바 있다. 이타도리의 수난은 마치 오이디푸스의 비극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러 떠난 여행에서 비극만을 발견한 줄거리와 비슷한 것이다. 이타도리는 여기서 이성적 존재의 상징도, 원초적 욕망의 상징도 아닌 언제나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로 혼란스러움 속에 인생을 살아가는 나약한 개인을 상징한다. 

  이타도리는 선택을 해야 했다. 스쿠나의 원초적인 힘 앞에서 좌절할 것인지, 자신의 나약함을 이겨내고 타인을 구하는 사람이 되어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날 것인지 사이에서 말이다. 지금까지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은 이타도리가 그러한 선택을 하기까지의 지난한 역사인 것이다.  

  이는 개인의 인생으로도 묘사될 수도 있고 인류 전체의 역사로도 넓게 잡아 표현할 수도 있다. 이타도리는 나약한 인간의 표본이다. 자기 자신의 비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강인해져 스스로를,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인간의 비참한 고군분투 말이다. 작가는 결말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지금까지도 우리는 결말을 알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야 겨우 주인공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여러분, <주술회전의 결말>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회수 2000회를 찍은 후 감사한 마음에 다시 한번 주술회전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주술회전이라는 만화에 대해 전체적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술회전의 혼란스러운 줄거리에 대해 혹평이 많습니다만, 제 글을 읽고 대안적인 관점을 가지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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