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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Nov 13. 2020

[울지마 톤즈]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신부님

아프리카의 한국인 별 이태석 신부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수단’이라는 나라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면적의 나라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내전 수준의 종족 투쟁은 이 땅을 황폐화시키고 말았다. 그 땅에 석유가, 희귀광물자원이 그 얼마나 많이 매장되어있는지 몰라도 그곳에 사는 흑인들은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저개발의 험악한 현대사를 이어왔다. 그 땅에 한국인이 있다. 놀랍게도 자동차 한 대, TV 한 대, 운동화 한 켤레 더 팔려는 상사 맨이 아니다. 평화와 복음의 전도사이다. 종교영화? 그렇다. 종교영화이다. 주인공은 종교인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사지 멀쩡한 사람으로 이 땅에 밥 먹고 그저 산다는 것이 그렇게 죄스러울 수 없게 느껴지는 그런 종교영화인 것이다.


다큐멘터리, 극장에서 부활하다


지난 (2010년) 4월 11일, KBS스페셜시간에는 <수단의 슈바이처, 쫄리 신부님>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불모지 수단에서 어려운 사람, 병든 사람들과 온전히 한 몸이 되어 뒹굴며 사랑을 실천한 이태석 신부의 짧지만 굵은 47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신부님은 수단에서 10년 고생하고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암 선고를 받고 짧은 투병 이후 선종하셨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의 사랑을 받은 수단 사람들이 기억하는 신부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KBS카메라는 아프리카와 한국을 오가며 그의 흔적을 더듬는다.


이태석 신부는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예수 그리스도는 말구유에서 태어났지만, 이태석은 부산의 가장 가난한 달동네에서 10남매의 아홉째로 태어났다.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웠다. 신부님은 가난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베푸는 데는 남부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태석이 어릴 때 본 영화가 한 편 있었단다. 오래 전 하와이의 한센병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애환을 같이한 덴마크 출신의  다미안 사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다미안 사제는 한센병 환자들 틈에서 사랑을 실천하다 결국 한센병에 걸려 49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성인이다. 어린 이태석은 다미안 신부같은 사람 -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리라는 -이 되고자 마음먹었단다. 누나는 어린 이태석이 어느날 실과 바늘을 가지고 나가 거리의 거지의 옷을 기워주는 장면을 보았단다. 이태석은 의대에 진학하여 인턴 과정까지 이수한다. 그러고도 신부가 된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아프리카로 떠나간다.


그가 간 곳은 오랜 내전에 가난과 불행, 비극이 점철된 남수단의 톤즈라는 곳이었다. 이태석 신부는 그곳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 불행한 사람들, 가장 비극적인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한다. “예수님이 이곳에 온다면 학교를 먼저 지을까, 성당을 먼저 지을까?” 신부는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입을 것을 주고, 공부를 시키고, 음악을 안겨준다. 그것은 희망이다. 그가 아프리카에서 펼친 사랑은 <미션>의 선교활동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눈물 흘리며 함께 부대끼는 희생의 거룩함이다.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보내는 모습은 이 세상의 가장 불행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리는 사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성스러운 희생, 남은 자의 감화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뒤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영화사에서 극장판을 제의했고 구수환 피디는 TV판에 덧붙여 신부님의 장례식 장면 등을 덧붙여 극장판으로 확장했다. 짧다고 신부님의 희생이 덜한 것도, 극장판이라서 신부님의 영광이 더해진 것도 아니다. 영화를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우리의 신부님을 그렇게 황망히 거두어 가버린 하느님을 책망하지 않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우리(인류)에게 꼭 필요한, 그런 신부님을 그렇게 일찍 데려가 버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수단 어린이에게는 그들 영혼의 안식처가 아직도 필요할 터인데. 물론 우리들에게도 희생과 봉사의 참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데 말이다.


지난 금요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태석 신부님의 늙으신 모친과 가족들,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많은 신부님, 수녀님, 신자들이 함께 신부님의 높은 사랑을 다시 한 번 지켜보며 순결한 눈물을 흘렀다.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사랑...


다큐멘터리 초반부에 암투병 중에도 해맑은 미소를 잊지 않는 이태석 신부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윤시내의 <열애>를 열창한다. 이 남자가 누군인지 안다면 그 불꽃의 노랫말이 왜 그리 눈물 나는지 실감하게 된다.


처음엔 마음을 스치며

지나가는 타인처럼

흩어지는 바람인줄 알았는데

앉으나 서나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대 향한 그리움-

그대의 그림자에 쌓여

이 한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별처럼 찬란한

진주가 되리라

그리고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세상이 각박하고, 삶이 어려울 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놓은 사람을 지켜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런 사람이 있기에 인류는 살아남고, 밝은 쪽으로 나아가리란 것은 분명한 것이다. 진실한 감동의 눈물이 필요한 자에게, 가족단위의 감상을 적극 권한다. 이태석 신부님께 눈물 한 방울과 못다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 <울지마 톤즈>는 9월 9일, 몇몇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박재환, 20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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