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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Nov 21. 2020

[창진이 마음] 그리고 선생님 생각

궁유정 감독,2019 (2020..11.20 KBS독립영화관)

 

어젯밤 KBS 독립영화관은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서울독립영화제 기획’이 마련되었다. 배꽃나래 감독의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과 궁유정 감독의 <창진이 마음>이 방송되었다. 두 편 다 작년 서독제(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창진이 마음>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단편을 출품하고 싶은 감독의 애절한 마음을 재기발랄하게 구성한 <마감일>을 만들었던 궁유정이 감독과 각본, 편집을 한 30분짜리 단편물이다. 내용이 아주 극적이다. 초등학교 선생님 명현은 자신의 반 학생인 창진이가 방과 후 수업비 5만 원을 안 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딜레마에 빠진다. 나름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라는 마음을 가졌던 그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창진이가 “저 5만원 책상 위에 뒀어요.”란다. 교실에 가서 아무리 책상을 뒤져도 없다. 창진이가 그런다. “교무실 선생님 책상 위요.” 역시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럼 창진이가 책상 위에 돈을 둔 것을 본 사람이 있니?” 너무나 태연하게 창진은 “사람이 있었다면 봤겠죠.” 창진이 부모님과 통화를 해 봐야겠지만 전화를 안 받는다. 창진이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된 명현은 대신 수업비도 내 주지만 이후에도 명현의 퉁명스럽고 ‘비현실적인 반응’에 난감해 한다. 저 나이대 초등학생의 올바른 행동인지, 자신의 교육방식이 맞는지 고민할 여유도 없다. 단지 명현이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명현으로선 아이의 속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장편영화나 소설이라면, 창진이의 가정 형편을 묘사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 자라 그런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단편 <창진이 마음>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사라지면서도 오히려 캐릭터간의 갈등구조나 극적 효과를 높인다. 창진이의 행동은 초등학교 담임교사를 쩔쩔매게 만들기에 족하다. 어쩌면 세상을 너무 먼저 알아버린 영악한 소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생님이라면 어떤 학생이라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이 기본적으로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궁유정 감독은 그런 ‘바른생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윤리적으로 선생님이 우위라는 것은 허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니면, 아예 히치콕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여린 선생님이 악의 길로 내몰린 것일 수도 있고 말이다. 누가 알랴 세상에 내던져진 그 아이의 마음을.     


궁유정 감독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둘 사이에서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둘 다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짜뉴스나 마녀사냥 같은. 이 영화를 보고 진실과 의혹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해보게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창진이 마음>은 30분의 단편에 이야기를 딴딴하게 뭉친 흥미로운 작품이다. 14000원을 두고 선생과 학생이 벌이는 어이없는 실랑이 장면이나 운동장 씬은 호러스럽기까지 하다. 보면서 봉준호 감독의 단편 <지리멸렬>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참, 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장선 배우와 강민 배우의 열연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꺼이 박수를 보낼 영화이다.      


<창진이 마음>은 작년(2019)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열혈스태프상’(조영천 촬영감독)을 수상했다.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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