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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Nov 25. 2020

[용형호제] 성룡이 인디아나 존스보다 더 야성적인 이유

(성룡 증지위 감독 龍兄虎弟 Armour of God )

(박재환 2008-6-2) 성룡의 자서전 [나는 누구인가: 성룡자술](我是誰 成龍自述)을 보면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룡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한 등경생(鄧景生)과 마찬가지로 둘 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열성 팬이었다고 한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영감을 얻어 그 오마쥬 쯤으로 이 영화를 만든 것이다. 성룡 팬이라면 성룡이 이 영화 찍다가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성룡자서전]에는 성룡이 그동안 영화 찍다 다친 그의 몸 상태에 대해 소개한 코너가 있다. 정말 머리에서 발끝까지 상처투성이이다. 영화판에 뛰어든 후에 대역배우와 엑스트라, 특기배우(스턴트맨)로 온몸이 성할 날이 없었고 스타가 된 후에도 ‘팬들에 리얼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매달리고, 달리고, 굴러 떨어지고, 얻어맞고, 코피를 쏟았다. 성룡 말마따나 자신이 그렇게 맞고 뻗을수록 팬들은 더욱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의 영화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성룡은 이미 [프로젝트 A]에서 시계탑에서 떨어지는 장면같이 홍콩영화사에 길이 남을 위험천만의 명액션 장면을 직접 해낸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서 액션 강도를 점차 높이더니 [용형호제]에서는 믿지 못할 액션을 시도한 것이다. 성룡은 이 영화를 당시 유고슬라비아(크로아티아)에서 찍었다. 성룡은 절벽에서 나무로 건너뛰는 장면이 있었다. 성룡은 세 차례 뛰어내렸지만 영상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일부 기사에서는 성룡의 첫 번째 시도에 (공동감독을 맡았던) 증지위가 오케이한 상태였다고 한다. 성룡은 다시 한 번 뛰어내렸는데 그만 나무에서 미끄러져 땅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15미터 높이였고 머리부터 땅에 부딪힌 것이다. 성룡은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갔고 긴급 수술을 해야 했다. 뾰족한 돌부리가 성룡의 두개골을 뚫은 것이다. 성룡이 사고로 죽었다는 기사는 홍콩에서부터 계속 흘러나왔고 당시 한국에서도 그런 소문이 한동안 나돌았다. 다행히 성룡은 ‘죽지 않았다’.

성룡은 수술 뒤 안정을 취해야했지만 천성 때문인지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일본으로 날아가서 홍보활동을 펼치기까지 했다니 무모하다고 밖에. 성룡은 유고로 날아온 뒤 통증을 호소했고 급기야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성룡은 그 때 사고로 머리에 자그마한 구멍이 생겼고 아직도 플라스틱 장치를 끼운 채 살고 있다고 한다. 한쪽 귀에는 청각장애가 있고 말이다. 성룡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 머리를 길러야 했고 이 때문에 이 영화에서 머리가 짧았다가 길어지는 ‘일관성의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성룡은 살아난 것이 기적이었으니 말이다.

성룡이 그렇게 영화 찍다 죽을 뻔했던 작품이 바로 <용형호제>이다. 영어제목은 [Armour Of God]이다. 실제로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의 영화이다. 극중에서 성룡은 ‘아시아의 매’라는 닉 네임의 탐험가로 출연한다. (물론 인디아나 존스 처럼 좋게 말해 탐험가이고 엄격하게 말하면 원시부락민의 신성한 물건을 약탈해오는 도굴범이다) 성룡은 한 때는 인기 그룹 ‘The Losers'의 멤버였지만 지금은 멤버들과의 우정과 애정을 지키기 위해 노래를 그만두고 모험에 뛰어든 자유인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성룡은 아프리카의 한 원주민 부락에서 신비의 보검을 하나 ’탈취‘한다. 그리곤 그걸 경매장에서 아주 비싼 값에 골동품 콜렉터에게 팔아넘긴다. 이때 옛 멤버 알란 탐이 등장한다. 나쁜 놈이 나타나서 관지림을 납치해갔다고. 납치범들은 관지림을 구하기 위해선 ’아시아의 매‘가 최근 입수한 보검을 포함하여 모두 3자루 ’보검‘을 넘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설이야기! 옛날에 모두 5자루의 보검이 있었는데 그걸로 사악한 무리를 무찌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다섯 자루를 모두 가지면 어쩌구저쩌구...

어쨌든 성룡은 알란 탐과 미녀 모험가 한 명과 모험에 나선다. 관지림도 구하고, 보검도 구하기 위해. 그리곤 이상한 사교집단의 소굴에 뛰어들어 화려한 액션과 아찔한 스턴트 묘기를 보여준다.


미스 스페인  1979  로라 포너


The Losers가 신나게 노래 부르는 장면에는 당연히 성룡과 알란 탐이 등장한다. (hkmdb사이트를 보면 이들 멤버 중에 유가령도 살짝 끼어있다고 한다!) 관지림의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다. 대신 성룡, 알란 탐과 함께 액션 활극을 펼치는 백인 미녀가 인상적이다. 돈 많은 골동품 수집가 백작의 딸이다. 로라 포너라는 스페인 배우이다. 풀네임은 Maria Dolores Forner이다. 1979년 미스 스페인 출신이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1979년 미스 월드 최종 탑15에도 오른 미녀이다. 이 영화 전에 성룡의 [쾌찬차]에도 나왔었다.


(로라 포너 자료 찾다보니 1979년 미스 코리아 선은 미스 남가주 출신의 홍여진이란다. 홍여진은 한국에서 연예계 활동을 했다/한다)

이 영화 촬영과정에서 발생한 성룡의 사고를 안다면 이 영화를 냉정하게 보기는 힘들 것이다. 아직은 펄펄 날때의 성룡답게 그는 도대체 무서운 것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활개를 친다. 몇몇 장면에서는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오른 액션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이야기진행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성룡은 이제 두 번 다시 이렇게 날고뛰는 장면을 찍지 못하리라. 그게 아쉽다. (박재환 20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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