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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Dec 10. 2020

넷플릭스 '사자의 몫'

샘 컬먼 감독 ReMastered:The Lion's Share,2019

 넷플릭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쏟아지기에 채 알려지기도 전에 리스트 뒤쪽으로 밀려날 지경이다. 작년 공개된 작품 중에 ‘리마스터드: 사자의 몫’(원제: ReMastered:The Lion's Share 감독: 샘 컬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존재감 없이 밀려날 그런 수많은 작품 중의 하나이다. 다시 꺼내본다.      


 넷플릭스는 유명 아티스트의 궤적을 따라가는 8편의 [리마스터드] 시리즈를 내놓았다. 로버트 존슨, 빅토르 하라, 샘 쿡, 잼 마스터 제이, 밥 말리 등이 대상 아티스트이다. 아마 팝송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 시리즈에 매료될 듯하다. ‘사자의 몫’은 어떤 작품일까. ‘The Lion Sleeps Tonight’이란 곡에 대한 추적극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 나왔던 노래이다. 디즈니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만들었고 작년에는 실사판 리부팅도 내놓았다. 이 노래는 다 포함되었다. 아프리카 정글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리듬과 멜로디! 누가 만든 곡일까.     


 이 곡의 기원을 찾아 나선 인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 리안 말란(Rian Malan)이다. 남아공은 오랫동안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고 철저한 흑백 인종분리정책을 실행한 나라이다. 그 정책을 입안한 사람(D.F. Malan)이 작가의 할아버지뻘이다. 말란은 그런 비인도적 정책에 대해 백인으로서의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단다. 그가 미국에 거주할 때 이 노래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가 어릴 적 남아공에서 들었던 멜로디였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이 노래가 어떻게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 히트칠 수 있었을까.


 그 노래는 1939년 요하네스버그에서 녹음되었다. 부른 사람은 솔로몬 린다(Solomon Linda)라는 줄루족 출신의 흑인 노동자였다. 린다는 노동이 끝나면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사람(당연히 흑인)들과 모여 함께 노래를 불렀단다. 그러다가 음반 취입의 기회가 갖게 된 것이다. 린다의 그룹(Evening Birds)은 몇 차례 녹음 끝에 이 명곡을 남긴다. 가사도, 악보도 없이 마이크 앞에 선 린다가 부른 것이란다. 제목은 ‘Mbube’(음부베)였다. 이 노래는 남아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10만장이나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이 노래(음반)가 미국까지 간 것이다.      


문제는 솔로몬 린다의 노래는 저작권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저작권이란 말도 없을 때였을 것이다. 1939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말이다. 게다가 아파르트헤이트 와중의 흑인이 부른 노래였으니.      


10여년이 흐른 뒤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1952년 그룹 위버스(Weavers)의 ‘Wimoweh’가 차트에 오르기 시작하자, 남아공의 음반회사인 갤로 뮤직(Gallo Music)은 솔로몬 린다와 어떤 서류에 서명한다. 린다는 여전히 노동자였고, 그 공장에서 음반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그는 문맹이었단다. 남아있는 서류에는 그의 멋진 영문 이름이 쓰여 있다. 1961년 웨이즈가 “In the jungle, the mighty jungle” 가사를 넣은 토큰스(Tokens)의 ‘The Lion Sleeps Tonight’이 큰 히트를 쳤다. 그렇게 남아공 흑인노동자의 ‘Mbube’는 미국에서 ‘Wimoweh’와 ‘The Lion Sleeps Tonight’으로 알려졌고, 이후 수많은 그룹, 가수들이 리바이블, 리메이크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토큰스가 부른 곡은 스포티파이에서 4800만회가 재생되었단다. 현재 “The Lion Sleeps Tonight”의 저작권은 웨이스(2010년 사망)의 퍼블리싱을 맡은 Abilene Music이 갖고 있고, 이 회사는 Concord Music Group계열이란다.      


“The Lion Sleeps Tonight”에 대한 저간의 사정은 2000년 음악잡지 <롤링 스톤즈>에 리안 말란의 장문의 기사가 실리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말란의 기사 마지막에 이 노래가 적어도 1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을 것인데. 그 돈 중 한 푼도 원저작자나 그 유족에겐 돌아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안 말란의 헌신적 도움으로 남아공의 불쌍한 유족(솔로몬 린다의 세 딸)들은 법적 행동에 나선다. 저작권에 문외한이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이들이 남아공 최고의 저작권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된다. 2004년 그들이 던진 승부수는 ‘디즈니’에 소송을 거는 것. 일단 남아공에서의 디즈니 캐릭터에 대한 가압류소송을 건다. 그런데 뜻밖에도 디즈니는 선뜻 합의에 나선다. 아마도 미국 최고의 변호사와의 분쟁 해결 방식이 있었을 것이다. 디즈니는 당연히 ‘법정 밖 화해’를 택했고, 유족들과 변호사는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조항에 합의했고, ‘음부베’와 관련하여 미국 내 저작권자(3명)에게 더 이상의 주장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디즈니와의 이런 합의는 2017년 12월 31일로 종료되었다. 저작권이 만료된 것이다. 남아공에서 저작권자 기한이 사후 50년이란다. 솔로몬 린다가 1962년 죽었으니 2012년까지였다. 그런데, 디즈니가 ‘5년’을 더 연장하였단다. (물론, 미국에서의 저작권 기한은 75년으로 늘어났다) 적어도 디즈니는 최대한 챙겨준 것인지도 모른다. 솔로몬 린다는 1962년 신부전증으로 숨을 거두었단다. 워낙 가난하게 죽었기에 18년이 지나서야 그의 무덤에 묘비가 세워졌단다.      


리안 말란은 10년 뒤 다시 린다의 유족을 만났는데 그들은 불만이 많았다. 엄청난 수익을 기대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는 것이다.(각자 25만 달러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워낙 오래된 노래일뿐더러, 미국은 변호사천국이니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짐작은 간다. 게다가 남아공은 여전히 유족과 음반회사, 변호사, 연금관계자, 그리고 선의의 개입자인 리안 말란까지 뒤엉켜 있다.     

 

 흥미롭다. 갑자기 [오빠는 풍각쟁이야]의 저작권이 궁금해졌다. 노래를 부른 박향림 가수(1921~1946)의 사후 50년이 지났고, 이 노래는 저작권보호기간이 만료된 작품이란다. 혹시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창작자’라면 이 작품을 보고 교훈을 얻을 것 같다.     

 

넷플릭스에는 재밌는 작품이 많다. 이 작품처럼. ⓒ박재환 영화리뷰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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