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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Oct 14. 2020

[유랑지구] “중국SF, 태양계를 뛰어넘어 안드로메다로

서유기의 나라 중국, SF도 뚝딱


중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주의할 점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공산당국과 치열하게 싸우는 작가주의 독립영화부터, 해외영화제에서 중국의 영광을 휘날리는 영화, 그리고 10억이 훨씬 넘는 중국영화팬들을 사로잡는 대중영화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고도 찬란하다. 여기에 그런 중국 영화토양에서 급속성장한 최신 흥행대작을 만나게 된다. 지난 2월, 우리가 설이라 부르는 대목인 ‘춘절’에 개봉된 SF영화 <유량지구>이다. 충무로에서도 성공적인 SF영화는 만들지 못했다. 중국이 선수를 친 것이다. 중국이라면 ‘마데 차이나’로 이야기하는 ‘믿지 못할 짝퉁’을 먼저 떠올리지 모르겠지만 중국SF는 무시 못 할 무언가가 있다.


SF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황당한 이야기의 기원은 중국이 단연 앞선다. 중국의 신화집 <산해경>에는 온갖 기기묘묘한 천문현상과 신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서유기’ 손오공 이야기는 모든 마블 영웅을 엄청나게 앞서가는 선배 캐릭터이다. 그리고, 장예모 감독의 영화에서 확인한 중국의 과장/과대/허풍의 이야기의 자장은 만리장성을 가볍게 뛰어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유랑지구’는 중국의 소설작가 류츠신이 2000년에 발표한 SF소설이 원작이다. 수력발전소 엔지니어인 류츠신이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SF소설은 중국뿐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천체물리학과 중국역사를 아우른 ‘삼체’는 휴고상을 수상했다. <유량지구> (곽범 郭帆 감독 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 2019)   는 류츠신의 상상력의 극한치를 보여준다. 류츠신이 생각한 ‘지구재난’은 이렇다. 태양이 노후화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태양이 급팽창하면서 지구에는 온갖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대책은? 아마도 할리우드라면 초대형 스페이스 항공모함을 만들어, ‘우주의 방주’를 찍을 것이다. 저 우주를 향해 새로운 식민지를 구하려! 류츠신은 놀랍게도 ‘지구 자체’를 옮기는 방안을 생각한다. 태양계의 궤도들 도는 지구를, 궤도 밖으로 밀어내어 태양계를 벗어나 저 먼 우주, 새로운 항성으로 살아남자는 것이다.


수력발전소 엔지니어답게, 물리학적 계산을 상상력의 공간에 초대한다. 무려 1만개의 초대형 엔진(로켓)분화구를 지구 곳곳에 만든다. 물론, 우선 적도를 둘러싼 엔진을 만들어 자전을 멈추게 한다고. (지구 자전이 멈추면 어찌될까. 이건 정재승 박사에게 물어볼 일이다. 쓰나미가 몰아치고, 지상의 모든 것이 소멸될지 모른다) 지상은 이미 극한 추위로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지하에 생존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런 식으로 지구는 2500년 동안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를 유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지구가 4.2광년 떨어진 새로운 항성계로 옮겨갈 것이라고 한다.


중국 영화계는 이 대단한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중국영화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엄청난 CG의 향연에 놀라게 된다. CG작업은 한국업체가 참여했다. 최근 열린 홍콩금상장 영화시상식에서 특수효과상을 수상했다.


<유랑지구>는 지난 2월 개봉되어 중국에서 46억 5474만 위안(7900억 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우리나라 역대 최고흥행작(매출액기준) <극한직업>의 매출액은 1400억 원이다. 중국의 영화산업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중국역대 흥행 1위는 <전랑2>로 56억 7천만위안(9600억원)이다.)


‘중국SF’ 영화 수준이 어떤지, 중국 크리에이티브가 생각하는 지구적 재난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그 우주적 상상력의 한계를 보려면 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영화는 감정의 극대화에 공력을 쏟아 부어 피곤한 면이 있지만 전 지구적 재난이 발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참고 볼만하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전랑2>에서 드러낸 중화제일주의 같은 것은 없다. 우주재난에 대응하는 전 지구인의 노고가 느껴진다. ‘한국인 캐릭터’도 등장한다!


지난 18일 개봉된 <유량지구>는 어제까지 1만 7천명이 극장에서 관람했다. 그리고, 4월 30일부터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단다. 아마도 아이맥스로 봤으면 더 판타스틱했을 것 같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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