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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Oct 14. 2020

[그날은 오리라] 홍콩광복의 그날은....

중국남부지방, 항일독립운동


(2019년) 연말극장가에 중국영화 <그날은 오리라> (허안화 許鞍華 감독 明月幾時有 ,Our Time Will Come 2017)가 잠깐 극장에 내걸렸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의 원제목은 <명월기시유>(明月幾時有)이다. 송나라의 명문장가 소동파의 시가(詞)의 제목이다. 영화의 배경은 1941년 말,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공, 남하하면서 영국에 할양된 홍콩(과 구룡)마저 집어삼키던 그 때이다. 


[당시 홍콩에는 수많은 문화인, 작가, 문인, 학자들이 피신해 있었다. 일본의 대공세에 홍콩시민들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다. 이들을 구출할 임무가 홍콩 위쪽, 광동성 동관, 혜주, 선전 등에서 무장투쟁을 펼치던 ‘동강유격대’에 주어진다. 


동강유격대는 홍콩에 잠입하여 학자, 예술가, 영화감독, 배우 같은 인지도 있는 ‘문화인’을 북쪽 안전지대로 빼돌린다는 것이다. 총칼로 무장한 일본군대의 눈을 피해 작은 배에 실어 강을 건너 동관 쪽으로 이동시킨다. 

유격대와 홍콩의 토착 애국시민의 절대적 도움으로 많은 문화인들이 사지에서 구출된다. 지금은 중국의 유명문학상 이름으로 유명한 모순(矛盾 마오뚠), 항일투쟁에 앞장선 지식인 저널리스트 추도분(鄒韜奮), 중국현대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양수명(梁漱溟), 중국좌익영화운동의 개척자였던 하연(夏衍) 등이다.(800여 명을 구출했다고 전한다) 영화 <그날은 오리라>는 ‘문화인’ 구출작전 다음에 펼쳐지는 홍콩 지하 항일조직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는 항일전쟁 시기를 다룬 영화가 쏟아졌다. 들끓는 애국심과 넘치는 CG기술로 무장한 그런 영화와 비교했을 때 <그날은 오리라>는 엄청나게 잔잔한 영화이다. 감독은 홍콩의 허안화(許鞍華)이다. 허 감독은 무협, 문예물, 시대극, 사회물, 멜로, 호러 등 모든 장르를 다 만들어본 인물이다. 허 감독이 이른바 중국의 ‘민국 시기’를 다룬 작품은 <경성지련>, <반생연>, <황금시대>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이다. ‘경성지련’과 ‘반생연’은 천재작가 장애령의 소설을, ‘황금시대’는 격랑의 당시를 살다간 비극적 작가 소홍(蕭紅)을 이야기를 담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그날은 오리라>이다. 그러니, 총칼의 항쟁사보다는 섬세하고 미묘한 문예물을 더 기대해야할 것이다. 


제목으로 쓰인 <명월기시유>(明月幾時有)는 영화에 등장한다. 극중 곽건화(霍建华)는 일본군 사령부에 침투한 인물이다. 일본군 장교 마쓰다(나가세 마사토시)의 통역을 하고 있는 군무원을 연기한다. 중국문학에 관심이 많은 마쓰다와 소동파의 시를 이야기하며 ‘幾’와 ‘何’의 용례 차이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신(저우쉰)과 곽건화(훠지앤화), 팽우안(펑위옌)이 목숨 걸고 위험천만의 지하활동을 펼치는 구국전사로 등장한다. 양가휘는 현 시점에서 당시의 일들을 회고하는 내레이터 역할을 한다. 그가 열 살 소년이었을 때, 주신, 곽건화, 팽우안 등과 함께 목숨 걸고 조국의 명사들을 수호했던 것이다. ‘문화인’을 살리기 위한 작전에서 이름도 모를 숱한 애국투사가 일본의 총칼에 사라져갔다. 


동강유격대(東江遊擊隊/广东人民抗日游击队东江纵队)는 실존했던 항일무장단체이고, 지도자로 나오는 증생(曾生)도 실존인물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중국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의 전쟁이 떠올랐다. 지도자란 사람이 허겁지겁 도망가는 판국에 누구를 먼저 구하고 자시고 하는 작전이란 게 있었을까. 한국전쟁 때 북으로 피랍된 독립운동가, 작가, 영화배우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왜 그 사람들을 사지에 내버려 두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중국 공산세력들은 무슨 이유인지 제일 먼저 ‘작가, 철학가, 사회사상가’들을 안전지역으로 호송한다. 그 당시 장개석의 국민당도 자금성의 국보급 유물을 포장하여 길고긴 호송대작전에 들어갔다.(지금 대만 고궁박물관에 있는 것들!) 전쟁 때에도 ‘사람’과 ‘역사’를 챙긴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우리와는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 <그날은 오리라>를 보며 든 엉뚱한 생각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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