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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Oct 16. 2020

[몬몬몬 몬스터] 교복,귀신,청춘,호러

대만 청춘물의 진화

 “교복 입었다고 청춘물이 아니고, 귀신 나온다고 호러가 아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대만청춘영화의 정점을 찍었던 구파도 감독의 다음 작품 역시 학교이야기이다. 그런데 호락호락한 학원물이 아니다. 사회드라마인 듯 하더니 공포감에 짓눌린 비명소리로 가득한 호러이다. 


영화는 대만의 어두운 뒷골목, 노숙자 세계에서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면 꾀죄죄한 노숙자들이 지하도 어느 한쪽 구석에 주섬주섬 자리를 차지한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괴물’ 둘이 노숙자를 낚아채더니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로 뜯어먹기 시작한다. 


이어 밝은 세상, 우리네 고등학교 모습과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대만의 고등학교를 보여준다. 급우에 대한 괴롭힘(‘霸凌’), 따돌림이 있고, 나쁜 짓하는 패거리가 있다. 그 안에는 맨날 당하기만 하는 놈이 정해져 있다. ‘린슈웨이’는 오늘도 ‘런하오’ 일당의 밥이 된다. 도둑으로 몰려 곤욕을 치른다. 린슈웨이는 어쩔 수 없이 런하오 패거리에게 합류하여 온갖 나쁜 짓에 따라 나서게 된다. 그러다가 그 괴물을 만나게 된다. 런하오는 뺑소니에 친 괴물 하나를 잡아 지하실에 가두고 온갖 고문을 한다. 린슈웨이도 쭈뼛쭈뼛 하면서 ‘고문’에 동참한다. 알고 보니 두 괴물은 ‘중국식 흑마술'(降頭術/Tame Head)에 희생된 자매. 동생을 잃어버린 언니 괴물이 학교를 휩쓸고, 통학버스 안을 피바다로 만들더니, 마침내 사랑하는 동생이 묶인 폐건물에 들어선다. 


영화는 흔해 빠진 ‘영악한 청소년’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복잡한 악의 고리를 다룬다. 인간을 해치는 괴물, 괴물을 납치한 인간, 인간 사이의 계급을 이끄는 폭력, 폭력이 지속되면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담는다. 린슈웨이는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폭력에 가담하며, 인정받기 위해(그렇게 보이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제목에 사용된 네 번의 ‘괴물’(몬스터)은 네 명의 패거리를 말한다. 하지만, 영화에는 악당(괴물)이 넘쳐난다. 담임 선생도, 학교의 수많은 방관자 급우도,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모두가 누군가 타인을 괴롭히는 악마들이다.

 감독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는 ‘학교’를 통해, 그리고 학교 울타리를 뛰어넘은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악마성’을 보여준다. 구파도 감독은 이 영화가 ‘괴물영화’가 아니라,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말한다.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괴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은 1차원적인 접근이다. 우리 안에 있는 사악한 인간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왕따가 횡행하는 사회, 애써 외면하거나 항거하지 못하는 용기 없는 인간들의 세상이 점점 괴물들의 사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학생이 학생 같지 못할뿐더러, 선생 또한 선생 같지 못하다. 괴물도 괴물 같지 못하다. 괴물의 경우에는 훨씬 인간적인 최후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참, 감독 ‘구파도’는 필명이다. ‘아홉 자루의 칼’이란 특이한 닉네임이다. ‘구파도’ 이름으로 책도 많이 썼다. 

201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될 때 구파도 감독과 극중 패거리 두목 역을 맡았던 배우 채범희(蔡凡熙 차이판시)가 부천을 찾았었다. 감독의 페이스북을 보니 그때의 유쾌한 사진들이 있다. ‘왓차플레이’에서 볼 수 있다. (박재환 2019.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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