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director>
워크 스페이스(Workspace) : 작업을 하며 떠오른 영감. 생각.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는 공간.
날씨가 좋았고, 화창한 빛이 나의 방 창문을 통해 가득히 들어오는 따뜻한 날이었다.
이 날은 2021년 9월 13일로 과거를 추억하는 기록이다. 더해서, 영상 음악가로서 근사함을 만들어낸 날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음악 작업에 몰두해 있는 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이 되기 20분 전쯤이었나, 제작사 대표님의 부재중이 와있었다. 지난번에 제안 주셨던 건에 대해서 연락을 주셨었나라고 생각하면서 메모지와 펜을 챙겨 전화를 드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의 연락이었다.
"00 씨 A곡에 대해 계약건 하나 생길 것 같다고 말씀드렸었죠? 그 곡이 이번에 '60계 치킨 광고'에 채택되었어요. 광고 나오고 있으니 확인해보세요. 또 소식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전화가 끊기고도 한참 굳어있었다. 준비해두었던 앞에 놓인 메모지에는 A곡 화살표 60계 치킨이 덩그러니 적혀있었다. 장대한 문장을 적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 간결한 문장 하나가 메모지를 온통 채운 기분이 들었다. 그 후에 정신이 들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의 곡을 왜? 훌륭한 다른 음악들을 제치고 나의 곡을 왜 선택했을까?"였다. 실감이 나지 않았던 탓인지 모르겠으나, 기분은 좋고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데 벅차오르거나 설레는 느낌은 아니었다.
굳은 건지 덤덤했던 건지 나의 반응은 건조했다.
A곡은 음악 퍼블리싱 회사의 프로듀서이신 대표님의 권유로 들어가게 되었었다. 음악 퍼블리싱 회사란, 단어 그대로 도서 출판사가 아닌 음악 출판사의 개념이다. 작곡가들이 출판사의 작가가 되는 것이고, 책 대신에 작가들의 음악들이 곡을 필요로 하는 프로덕션 회사에게 제시되고 채택이 될 시 계약이 성사되는 것이다.
언젠가 나의 곡이 쓰일 줄은 예상했지만, 당시의 A곡은 녹음과 마스터링이 끝마친 게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빠르게 성사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더군다나, 스튜디오에서 다른 작곡가님들의 곡들도 들으며, 감탄을 했고 공부를 하고 돌아올 정도로 아름다운 곡들이 넘쳤었다. 나의 음악에 대해 자부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별개로 그만큼 놀라운 결과로 느껴졌었다.
그때 당시에는, 수익실현을 하기가 힘들었던 시기라서 다행이라 느꼈었다. 가장 소중한 가족과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처음으로 조금은 나의 일을 증명해 보일 수 있던 이벤트였기에 감사했다. 광고를 직접 검색하였고, 영상이 시작됨과 동시에 나만이 아는 한 달 간의 노고가 쌓였던 A곡이 퍼져 나오니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전해지기 시작했었다.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이 등장했는데, 전통적인 한국의 콘셉트이었고, 나의 첫 국악 장르가 시도된 음악이었다. 영상과 한 몸처럼 흐르는 나의 음악이 보다 근사하게 들려왔었고, 오롯이 나의 작업실에서, 나의 컴퓨터로만 지겹도록 들으며 작업했던 음악이 광고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성장한 모습은 뿌듯함을 넘어서서 무언가의 무게감과 홀가분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기묘한 감정이었다.
한 달간 어떻게 제작했었는지, 세세하게 났던 기억들이 순식간에 증발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 마음은 앞으로 유지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계속 일을 하는 한, 이러한 사건들을 숱하게 만들어낼 것이고, 이미 지금도 수많은 곡들을 작업하고 있으니 나의 음악들을 대단하게 여기며,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음악보다는 일련의 작업 과정 자체에 치이기 때문에, 나의 작업물들이 쌓여갈수록 애정이 조금씩 옅어짐을 느낀다.
이 마음, 나의 음악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다시 떠올리며, 익숙해진 일들에 대해 초심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첫 광고 채택 에피소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