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director>
워크 스페이스(Workspace) : 작업을 하며 떠오른 영감. 생각.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는 공간.
필자가 음악감독으로 첫 작업을 경험하면서 있었던 일 중 소통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나눈다.
다양한 소통의 오류들이 존재하지만, 그중 대다수의 연출 감독님들과 공통적으로 발생했던 오류에 관하여 나눈다.
음악 피드백 방식의 차이
하나의 상황을 임의로 두고, 연출 감독님의 언어 표현과 음악 감독의 언어 표현 차이점을 확인해본다.
<상황 A>
씬_동생이 언니의 남자 친구가 스킨십을 강요하는 상황을 목격한 뒤, 귀가한 언니에게 걱정 반, 화남 반의 복합적인 심정으로 쏘아붙이는 상황이다. 언니도 이에 맞서서 둘의 말다툼이 시작된다.
배경_어두운 밤, 아파트 정문 앞.
하이라이트 대사_
"본능 채워줄 인형은 아니고? 다 봤어."
"뭘 봤는데..? (당황한 기색으로)"
"사람들 다 있는 탁 트인 공원에서 대학생이 고등학생에게 스킨십을 그따위로 해?"
"몸이 대수야? 내가 원하는 사람한테 허락하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야. 내가 알아서 해. 신경 꺼."
음악 감독의 해석
긴장감이 살짝 돌면서 언니와 동생 사이의 갈등 상황이 살도록, 신스 악기를 베이스로 깔아 두고 느리게 진행된다. 점점 감정이 올라올수록 피아노 악기로 감정선을 잡아준다.
동생의 입장에서 언니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에 초점을 두되, 성 범죄성의 느낌이 가미된 대사로 인해 그리 가볍지만은 않게 진행한다.
연출 감독의 해석
초반 템포가 조금 빠른 것 같다. 스르륵 나오면서 점점 티키타카 할수록 쌓이면 좋겠다.
약간 아련한 느낌이면서 자매끼리의 싸움 느낌으로 가고 싶다.
필자의 첫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소통 능력을 떠나서, 작품을 분석하는 능력이 미흡할 때의 시기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그때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첫 감독님의 피드백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일반 음악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영상 음악은 작품의 톤 앤 매너와 맞도록 잘 구축하는 것이 첫 번째다.
차이점에 대해서는 하단의 글에 더 자세히 나와있다.
https://brunch.co.kr/@reviewrental/21
감독님의 답변 중 물음표가 따라붙었던 대목들.
티키 타카하는 대화의 속도에 맞춰서 악기들을 쌓으라는 것일까, 감정선에 맞춰서 쌓으라는 것일까?
아련하면서 자매끼리의 싸움이라면, 어느 정도의 톤과 에너지를 말씀하시는 걸까?
아련하다는 느낌도 종류가 다양한데 어느 쪽을 원하시는 걸까?
이후에 이러한 질문들과 더 깊게 들어가면 떠오르는 사항들에 대해 논의 한 끝에, 완성이 되었다.
그 당시, 분석 능력이 미숙했던 필자는 음악적인 언어들로만 해결을 하려 했었다.
곡을 제작한 뒤에 전달을 드렸을 때, 돌아오는 피드백을 나름 예상했었지만, 전혀 다른 언어의 표현으로 돌아왔다.
그랬기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 기억을 잊지 않고, 감독님들이자 비 음악인의 관점에서 다시 리프레이밍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훨씬 나은 소통의 결과가 이루어진다.
이전에는 영상이 전환되는 컷과 프레임의 속도에 음악으로 템포를 맞춰야 한다는 사실에도 무지했다.
옛날의 필자가 해왔던 방식
캐릭터의 감정을 파악한 뒤, 형용사로 감정의 분위기를 키워드화 시킨다.
작품의 톤 앤 매너와 분석한 에너지에 맞춰서 제작을 시작한다.
이제는 알고 있다. 영상 음악 작곡은 그렇게 기계처럼 뚝뚝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마다 전부 방식이 각기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대부분의 음악감독님들이 하시는 방식을 참고하고 있다.
현재의 필자가 해오는 방식
대본이나 시청을 통해 극 중 캐릭터에 이입해서, 직접 그 감정을 최대한 느껴보도록 노력한다.
캐릭터와 나름의 대화를 하며, 좀 더 고차원적인 영역에서 영상에 담기지 않은 감정과 부분들도 살핀다.
확실히 넓어진 시점으로 다시 해석을 덧붙이며, 작품의 톤 앤 매너에 맞아 들어가도록 음악을 구상한다.
바로 음악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영상을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영상의 그림이 말하는 메시지는 컷의 속도와 컷 편집점, 카메라 앵글 등을 고려한다.
영상 속 음악이 없는 상태의 사운드부터 미술, 소품, 배경 등 담긴 모든 요소들을 고려한다.
음악으로는 잘 된 베이스 얼굴에 색채 화장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줄 방향을 잡는다.
그 정보들을 토대로 그림에 맞춘 템포를 설정하고, 음악의 in과 out을 정하고, 작곡에 들어간다.
나열해놓고 보면, 굉장히 긴 과정을 거치고 제작을 하기에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적응을 한 뒤부터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머릿속에서도 이루어진다.
그것이 작품과 씬에 대해 음악 연출의 청사진을 더 구체화시켜 그려보는 과정이 된다.
음악감독은 음악 하는 사람들과만 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클라이언트 및 함께 일할 제작팀은 대부분 일반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언어를 학습하고, 영상, 시나리오에 관련한 책들을 읽거나, 직접 작품을 기획하고 만든다는 입장으로 접근해보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하면 좋다가 아닌 해야 한다"라고 전하고 싶다.
음악감독이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 글로 도움을 얻고, 직접 경험한 것으로 본인만의 방식들을 구축해나간다면, 곧 작품 의도에 부합한 음악을 제작하는 데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