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난 후>
오랜만에 적는 에세이라 새롭고 기분 좋다 : )
날이 밝았다. 설레는 하루의 시작이다. 왜일까? 그 사람을 만나는 날이다. 오래 보았다면 보았고, 짧다면 그럴 수 있지만, 시간마저 따라오지 못할 깊은 대화를 나눈 그녀다. 그녀는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랬기에, 더욱 유의미했고 이 시간의 여운이 허락해 줘서 이렇게 에세이에 담고 있다.
그녀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할까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만나기만 해도 대화가 화수분처럼 터질 모습이 선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탔다. 여느 때랑 같은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탔지만, 괜히 신남이 가득했다. 가서 볼 거지만, 우리는 버스를 타고 장소를 향해 가는 순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다. 서로 그 연락마저도 웃겨서, "저희 가서 대화해도 되는데 이 대화도 왜 재밌죠?" 하며 이모티콘을 남발하며 연신 웃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에게 줄 작은 선물이 긴장감도 주어, 상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었다. 평소 선물 센스가 없는 나이기에, 웬만하면 선물을 하지 않고 필요한 거 링크 보내라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까이 볼 수가 없는 그녀라서 특별히 나를 떠올릴 수 있는 증표를 주고 싶었다. 내가 사용하던 물건이기에, 걱정 없이 만나기 전 준비해 뒀었다. 이를 보고 당황함 반, 근데 행복함 반이 될 모습이 그려졌다.
늘 소름 돋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순간들이 많았다. 대화 중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을 서로 모를 때 그녀가 이야기할 때가 있었고, 서로의 생각을 말한 뒤 통할 때가 많았다. 오늘은 이런 포인트였다. 나는 성향이 강하고 취향이 확고해 나와 반대되는 공격적인 성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의 단면만 보았을 때 그들의 글만 봐도 머리가 어지러웠고, 그 여파로 인한 건지 사기꾼과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새 들어 내가 진심으로 그들에 대해 하나라도 언급할 이유가 생긴다면, 단면이 아닌 이면까지 봐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이 얘기를 했을 때, 그녀의 반응도 동일했다. 자신도 별로 좋아하지 않던 타입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모습을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고 했다. 매일 올리는 글을 보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아 집중해서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치열하게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가치를 전하고 있었고, 도움을 주고 있었다고 한다. 딱 내가 최근에 느낀 바와 같이 그녀도 이 부분에 대해 회의감이 들은 건지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려 하는 중이었다.
그녀를 닮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대화가 즐거웠다. 그리고 오늘의 만남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그녀와 닮아있었나?"
이번엔, 순수한 두 소녀 같은 상황도 있었다. 그녀가 가고 싶던 편집샵이 있었다. 사실 나는 크게 아이쇼핑을 비롯해, 쇼핑을 즐기지 않아서 기대라기보단, 그녀와 같이 구경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가는 길에 알았지만, 그녀도 사실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ㅎㅎ)
편집샵에 들어서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무지템'들로 가득했다. 눈이 돌아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막상 와서 보고 있으니 기분도 좋아지고, 우린 대화하면서 구경하는 것조차 너무 재밌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작은 가방 하나를 들어 보여주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책이 안 들어갈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튀어나갔다. 아마 속으로 나도 '책이 들어갈 가방'이 필요해서 떠올리고 있었나 보다.
그녀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며 "어..? 책...?" 하더니, "아니 살 생각 없었는데, 책 얘기 하니까 사고 싶잖아요. ㅠ"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나서 "어? 사실 저도 필요했던 것 같아요." 하면서 동시에 진지하게 고르기 시작했다. (ㅎㅎ) 이 순간의 사고 흐름이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 보았던 게 그대로 객관화돼서 서로 또 웃었다. (참고로 그녀는 이 책을 이후에 서점 가서 구매했다) 서로를 떠올릴 증표가 하나 더 생겼다. 전혀 '합리적인 구매'가 아니었겠지만, 우리는 서로 '책이 잘못했다' 하면서 합리적으로 서로를 감쌌다.
20년을 쓸 거라는 나에게 이 말과 함께 "이거 20년 쓰면, 저희 1750원 쓴 거예요."
그녀의 좋은 점은 차고 넘치지만, 오늘의 포인트는 이랬다. 대화 중 내가 어떤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었다. 그녀는 대답은 해줬지만, 골똘히 생각해 보고 답해주었다. 이 말을 덧붙이면서.
"저는 사람에 대해 색안경을 낄까 염려돼서, 누군가를 깊게 보려고 하지 않아요. 누군가에 대해 어떤 사람 같은지 깊게 떠올리지 않아요."
이 말을 듣는데, 나 또한 그렇다. 아니 그렇다고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사실 나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지, 애초에 편견이 없는 편의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그녀를 닮고 싶은 부분이 이런 부분과 늘 비슷하다. 항상 도전적이고, 남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그녀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녀에게 어렵지 않아서가 아닌, 그 정도는 당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다시 말해 대다수가 기본적으로 하는 생각에서 한 칸 나와 다르게 생각하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감이 된다.
언젠가 또 보겠지만, 내가 오래 함께하고 싶어서 내가 더 잘 보이기 위해 애쓴 사람 중 처음이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 그녀에게 잘하는 것은 '내가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인연이다. 1:1로 다시 보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