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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린 Sep 19. 2023

거부함과 얽매임의 그 사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서평>

세네카(로마인 중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는 매달 며칠씩 가난을 실천할 것을 권했다. 그는 "가장 값싼 최소한의 음식"을 먹고 "거칠고  투박한 옷"을 입으라고 조언했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라"는 스토아철학의 격언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우면 땀을 흘리고, 추우면 몸을 떨며, 굶주렸을 때는 극심한 배고픔을 느낀다. 하지만 자발적 박탈의 목표는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다. 때때로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을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우리는 그것들에 더욱 감사하게 되고, 덜 얽매이게 된다.

자발적 박탈은 자제력을 길러주며, 자제력을 키우면 여러 좋은 점이 있다. 




편안함을 느끼는가?


삶에서 편안함을 누리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살아갈까? 부유함과 가난함의 대립과 무관하게 내가 가진 것에서 느끼는 편안함에 대해 얼마나 집중하고 있을까? 나는 그렇지 못한 편이다. 더 좋은 것을 갈망하고 바라는 모습이 흔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이 세상에 '당연함'이라는 게 존재하다고 느끼는가?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고로, 정해진 것도 없다. 어제 펼친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말한다. 


"사람은 환경에 의해 통제받는가? 아니다. 그 끔찍한 수용소 안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포지션을 택하고, 자유의지로서 택하며 살아간다."  


이 당연함을 당연함으로 여기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존재를 비로소 인식할 수 있다. 당신에게도 편안함이 선택이 아닌,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 느끼는가?


 




성공인이 찬물로 샤워한다는 것의 의미


오래전 읽었던, [타이탄의 도구들]도 떠올랐다. 이들의 '찬물 샤워'는 이미 유명한 루틴 중 하나이다. 뇌를 깨워주고, 정신을 깨워줌도 분명하겠지만, 당연하다 치부되는 감사함을 느끼기 위함도 존재했을 것이다. 따뜻한 물로 몸을 매일같이 녹여줌으로써, 느끼는 편안함에 얽매이지 않도록, 그들은 2회 중 1회는 찬물 샤워를 택한다고 했다. 그들과 같은 부자들에게서 배운 모습은 늘 그들은 당연하지 않도록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 갈 것을 기꺼이 택한다는 것이다.


 




간헐적 사치 - 자발적 박탈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여름인데도 가끔씩 차의 에어컨을 껐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차 안은 점점 더워졌고 땀에 젖은 피부가 폭스바겐의 가죽시트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즐겼다. 더위의 느낌을 상기하고, 현대식 에어컨의 아버지 윌리스 캐리어에게 변치 않는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이게 자발적 박탈일까? 나는 이것을 자발적 박탈이 아닌 간헐적 사치라 생각하고 싶다.

나는 간헐적 사치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당신은 어떠한가? 간헐적 사치를 부림으로써, 나의 당연한 편안함이 사치로 보게 되는 태도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에 대해 저자 에릭 와이너처럼 깊은 감사함에 빠질 수 있다. 원초적인 욕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다. 나의 사치는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고로 스토아철학은 이를 전한다. "내가 이미 가진 것을 욕망하라." 이에 대한 의미는 나의 태도를 다르게도 해석해 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에게 자발적 박탈은?


여기서 나에게 자발적 박탈은 꼭 원초적인 욕구를 사치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꼭 시원함에 감사함을 느끼기 위한 더위를 택하는 행동, 뜨거운 물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찬 물을 굳이 택하는 행동.


그런 행동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자발적 박탈은 '내가 기대할 것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고 바꾸는 것이다. 어떠한 것이든 기대가 생기면 실망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은 행복하겠지만, 정말 원하는 대로만 이뤄지는 것이 진짜 행복일까?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모를 고독한 순간을 지닌 채 살아간다. 이 고독한 순간이 없어선 안 될 이유는 더욱 생산적일 수 있는 나의 모습을 잃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독해야 생산적이게 된다." 


위의 말을 전한 사람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아닌 자발적 박탈감을 택함으로 나의 고난을 훈련시키는 것. 나아가, 내가 이미 할 수 있는 간헐적 사치에 대한 감사함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하루를 살아가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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