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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 EVOL Sep 17. 2015

사랑.9. 물들이다.

 사랑을 하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상대방을 나의 색으로 물들이게 된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어떤 말인자 이해 하고,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내 취향이며 생각이며 생활습관까지 물들인다. 위와 같은 현상을 표현할 때 다양한 표현들이 있겠지만 나는 "물들이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처음 만나 하얀색 캔버스 같은 상대방에 나만의 색으로 물들인다. 

 나 또한 그와 같이 된다. 나라는 캔버스에 그 사람의 색으로 물들인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행동,  좋아하는 옷 스타일, 그 사람의 수면 패턴, 하루 일과 등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그것에 물들어 간다. 

 

 처음에는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려 했다. 그 사람의 캔버스에 나의 색으로. 나의 캔버스에 그 사람의 색으로. 

그런데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내가 그 사람의 캔버스에, 그 사람이 내 캔버스에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캔버스에 색을 입힌다는 걸 몰랐다. 하나의 캔버스에 두 사람이 각자의 색으로 칠했으니 제대로 된 색이 나올 리가 없다. 


 우리는 알았다. 하나의 캔버스에 2명의 화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후에 색을 칠해야 아름다운 색이 나온다는 걸. 이미 칠해진 얼룩 덜룩한 캔버스에 우리가 색을 입히자, 망쳐 버린 줄만 알았던 것이 썩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곧잘 잊어 먹는다. 사랑은 우리가 하는 것을. 우리 캔버스에 화가는 2명이라는 것을. 나 혼자 하려고 해서는 되려 망치고 만다는 것을. 


늘 기억하자. 캔버스에 예쁜 물이 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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