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 보면 상대방을 나의 색으로 물들이게 된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어떤 말인자 이해 하고,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내 취향이며 생각이며 생활습관까지 물들인다. 위와 같은 현상을 표현할 때 다양한 표현들이 있겠지만 나는 "물들이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처음 만나 하얀색 캔버스 같은 상대방에 나만의 색으로 물들인다.
나 또한 그와 같이 된다. 나라는 캔버스에 그 사람의 색으로 물들인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행동, 좋아하는 옷 스타일, 그 사람의 수면 패턴, 하루 일과 등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그것에 물들어 간다.
처음에는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려 했다. 그 사람의 캔버스에 나의 색으로. 나의 캔버스에 그 사람의 색으로.
그런데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내가 그 사람의 캔버스에, 그 사람이 내 캔버스에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캔버스에 색을 입힌다는 걸 몰랐다. 하나의 캔버스에 두 사람이 각자의 색으로 칠했으니 제대로 된 색이 나올 리가 없다.
우리는 알았다. 하나의 캔버스에 2명의 화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후에 색을 칠해야 아름다운 색이 나온다는 걸. 이미 칠해진 얼룩 덜룩한 캔버스에 우리가 색을 입히자, 망쳐 버린 줄만 알았던 것이 썩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곧잘 잊어 먹는다. 사랑은 우리가 하는 것을. 우리 캔버스에 화가는 2명이라는 것을. 나 혼자 하려고 해서는 되려 망치고 만다는 것을.
늘 기억하자. 캔버스에 예쁜 물이 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