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만난지가 햇수로 8년. 충분히 익숙해졌을 시간이고, 충분히 익숙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이야기 할 때면 늘 조심스럽다. 무신경하게 던진 한마디 말이 혹여 마음 상하게 할까봐 겁나고, 고민과 답답한 마음이 목소리를 타고 전해질까 조심하게 된다.
나 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배울 것이 참 많은 사람이다. 기분 상하지 않게 충고 할 줄알고, 아픈 마음을 달랠 줄 안다. 기쁜일에 티없이 기뻐 해줄 수 있고, 나이 많은 오빠를 배려 할 줄 안다. 괜한 이유로 짜증내지 않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보다 내 부족한 부분을 먼저 채워 주려 하는 사람이다.
참 이기적이고, 배타적이며, 겁쟁이인 동시에 좀생이 같은 나와는 사람의 그릇 자체가 다른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 많은 오빠가 늘 나이값을 못 한다. 타고난 그릇이 작아서 인지 혹은 성장과정에서 후천적으로 정립된 좀생이 기질인지는 모르겠으나 배려라는 것이 참 어렵다. 화가 나면 삭혀야지 하면서도 씩씩대고, 기분 나쁜 일에는 삐지게 된다. 그리고 그 기분 알아 달라고 툴툴거리게 된다. 참 어렵다.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배려 비슷한 흉내라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참 더디고 늦지만 차근차근 해보려고 노력한다.
이제서야 말 마디 한마디를 신경쓰고, 혹여 짜증나는 일이 생기더라도 허허 하고 웃어 보려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하려다 보면 분명 힘들어야 할텐데 되려 신기하다. 그리고 조금은 뿌듯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인생을 살다 만난 사람끼리 처음부터 잘 맞기는 힘들다. 우린 처음부터 완벽한 커플이었어 라고 한다면 상대방의 배려를 몰라 봤을 확률이 높다. 되짚어 생각해 보면 내가 그랬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 생각 했더니 배려 받고 있는걸 몰랐을 뿐이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미안한 일이기도 하고. 그걸 깨닫고 나니 그 이후가 늘 조심스럽다. 말을 할 때 한번더 생각 하게 되고, 행동 할 때 두번 더 생각 하게 된다. 조심스러운데 즐겁고 나도 무엇인가 배려 해주고 있는 듯해서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