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나침반이다.
우선 첫째로 지적되어야 할 것은, 철학이 진정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우리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로부터 동떨어진 것으로 되었다는 점입니다. 철학이 철학을 전문으로 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암호 같은 것으로 되어버린 점은 마땅히 극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단절된 철학에서 커다란 사회적 의의를 발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철학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게 된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그 내용이 어렵게 설명되고 있다는 점, 둘째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철학의 사회적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관련되는 것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쉽게 설명하는 철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모든 철학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제시되는 철학 중의 많은 것들은 우리가 접하는 것들을 해석하고 설명하려 하지, 그것들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새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원리를 직접적으로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접입니다. 만일 철학이 설명으로 그쳐버리는 것이라면 이것 또한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철학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결국 생각하기 위한 생각에 그쳐 버릴 뿐일 테니까요.
셋째는, 물론 이것은 앞에서 지적한 것과 관련되는 것입니다만 철학적 내용이나 지식이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몸에 달고 다니는 장식품에 불과한 것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철학은 과시적 사치품이 아니라, 당연히 생활의 곡쟁이가 되고, 삽이 되고, 또한 나침반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덟 마당으로 이루어진 이 조그마한 책자는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로부터 출발하여 이루어졌습니다. 그 내용을 구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생활에 관련되는 문제를 보다 쉽게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 구체적 생활에 보탬이 되게 하고자 하는 의욕이 크게 작용해 왔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