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선배 H를 알게된 건 작년초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4시면 눈을 떠 영어일기를 쓰고 일산에서 종로까지 출근버스에 오르며 매일 한편의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일상을 기록하고 책을 읽고 책을 모으고 책과 사람사진 찍는것을 좋아했습니다.
한창 걷기와 계단오르기에 재미를 부치는 날들, 지하철3호선 충무로역의 승강기옆 곧게 뻗은 계단이 익숙하다는 말에 학교선배인 것들을 알았네요. 사범대학, 공과대학 그리고 학생회관은 충무로역에서 내려 대학극장을 지나 후문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99.9%였으니까요.
학교선배였습니다. 특히나 재수한 고등학교 선배K와 같은 학번, 같은 동아리였습니다. 우리과의 C와 A도 그 동아리였는데 동기들까지 오버랩되니 확실한 선배인 셈입니다. 참. 그 동아리는 <HAM>(무선통신동호회)입니다. 공대 옥상쯤에 HAM을 상징하는 안테나와 함께 동아리 방이 있었습니다. 김하늘, 류지태주연의 영화 <동감>에 나오는무선통신말입니다.
2000년에 개봉한 동감이 2020년에 다시 접속되었습니다. 무선통신이 등장합니다.
오랜만에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남겼습니다. 최근 20년간 근무했던 여행업계에서 휴직을 하고 휴직기간에도 꾸준히 책을 읽고 운동을 하는 모습을 일기 쓰듯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리고 있어서 응원차 글을 남겼습니다.
"이런 스윗한 멘트를 보았나"
무언가 좀 이상했습니다. 사람들마다 말의 느낌, 글의 감정이란게 있는데 말입니다. 자세히 보니 저의 응원글이 문제였습니다.
너 예뼈져서 못 알아보면 어떻게? 헉! 응원한다고 쓰는 "더"가 "너"로 잘못입력되어 있더라고요.-.- 아니 너 "무"자를 안 치고 건너띄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스윗한 멘트를 보았나?"
"헉 T.T 오타입니다. 더 예뼈져서인데...제가 선배에게 너라니ㅎㅎ, 송구합니다."
학교선후배인 걸 알고 있던 K가 중간에 끼어들었습니다.
"제가 계속 읽어 보았습니다.이래도 되나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덧붙였습니다. 평소 밉지 않은 오타로 자주 기억되는 C를 소환해보았습니다.
"오타는 C전문인데ㅎㅎ"
오고가는 댓글들이 재미졌을 것이고 H선배는
"아...나는 오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라고 말합니다.
이 담벼락에 강제소환된 C가 한마디 덛붙이며 댓글은 끝이납니다.
"(아놔...) 내가 왜 여기서 나왔 ㅋㅋㅋㅋㅋㅋ"
"더"가 "너"가 되면서 오해와 짜증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뭐 이런 싸가지 없는 녀석이 다 있어?"라고 말입니다. 충분히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도 남을 일이니까요.
그러나 선배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녀석 독수리타법으로 치면서 미끄러졌구만..., 그러게 자판을 외우면 되지, 그걸 하날 못외워서.ㅉㅉㅉ"(이글도 여전히 독수리로 쓰고 있습니다.ㅎㅎ)라고 생각했겠죠.
사소한 실수가 큰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뒤전후를 잘 들여다보면 정말 "사소한 실수"라는 걸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게 이해해주고 웃으며 넘어가주니 감사한 일이죠.
선배는 휴직을 하고 운동을 하고 사진을 찍고 책을 찍고 다음 10년, 20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행업계에서 계속 일을 해왔었으나 올해 만난 코로나19라는 괴물 앞에 제일 먼저 타격을 입어서요. 그럼에도 선배는 여전히 맑고 밝습니다. 그래서 이 꿀같은 이 휴직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대학때처럼 무선통신마이크를 들고 선배 자신에게 송신하고 있습니다. 5년후, 10년후의 자기자신에게 말입니다. 잘하실 거고 잘될겁니다. 누군가의 카톡창에 그런 말이 있었거든요. "잘될거라고 말하면 그 말을 증명할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요. 선배의 송신을 응원합니다. 화이팅!